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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an 13. 2024

10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2024년 두 번째 읽은 책은 <자신을 위해 사는 용기>랍니다. 오늘 블로그에 책 읽고 생각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려고 다시 훑어보던 중에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이라는 꼭지에서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문장을 만났어요.  




지난 10년, 

스스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과연 

나는 성장했는가?


10년 전보다 

지금이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을 위해 사는 용기 p.49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10년이나 흘렀으니 많이 성장했겠지? 분명 전보다 나아졌을 거야'. 궁금한 마음에 손가락을 구부려 세어가며 해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어요. 


 현재 나이 마흔다섯, 10년 전이면 서른다섯 살이네요. 어렸을 때는 서른만 되어도 많은 것을 이룬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흔다섯의 내가 서른다섯의 나를 떠올려 보면 한참 어린것 같아요. 


 서른다섯의 나는 결혼 후 임신과 유산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였어요.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려던 찰나, '혹시 조산했던 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는 임신은 잘 되는데, 유지가 안 되는 편이었어요. 4번의 유산과 1번의 조산을 겪었지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에는 정말 많이 울었던 해로 기억되네요. 






 나라에서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던 시기이기도 하지요. 아이를 잃은 부모와 가족들의 비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감히 이해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타인의 아픔을 생각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답니다. 타인의 팔이 잘린 것보다 내 손가락의 가시가 더 아프다고 했던가요? tv도 보지 않았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나를 떠올려 보려 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마음속 깊이 꽁꽁 묻어두고 다시 꺼내본 적이 없어서 사라져 버렸나 봐요. 의도적으로 내 머릿속에서 지웠는지도 모르겠어요. 


 블로그에 태교일기를 적었던 기억이 나서 지금은 비공개로 돌려둔 게시물을 찾아보았답니다. 혹시 모를 불안함에 임신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안정기에 접어든 임신 13주가 넘어서야 블로그에 임밍아웃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태교일기가 세 달 정도 이어지다가 멈춰있네요.


 마지막 일기에는 임신을 축하한다는 댓글이 있어요. '늦게 알았지만, 축하한다'는 댓글이요. 그 댓글은 일기가 멈춘 지 두 달쯤 지난 후 남겨졌어요.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는 그 댓글을 어떤 마음으로 읽었을까요? 겉으로는 명랑한 척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속은 정말 괜찮았을까요?






 어느 날은 속으로만 울던 울음이 이불 밖으로 새어나갈 것 같아 두 손으로 입을 막았어요. 꺼이꺼이 울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슴을 치며 울었지요. 


 옆으로 누워서 울다가 코가 심하게 막혀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은 날이 있었어요. '이렇게 숨을 잘 못 쉬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는 살겠다고 얼른 바른 자세로 앉아 입으로 숨을 쉬었답니다. 


 몇 날 며칠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우고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침대 걸터앉은 채로 소주병을 들고 한 병을 다 마셔버린 적도 있지요.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요. 


 그 당시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한 채 울고만 있던 10년 전의 나를 안아주고 싶어요. 2014년으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3가지의 말을 해 주고 싶네요. 






1.

괜찮다, 다 괜찮다.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지는 마라. 인간사는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순리다. 힘든 시간은 지나갈 거고, 넌 다시 밝은 사람이 될 거야. 당장은 외출도 하기 싫겠지만, 넌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야. 꼭 필요한 사람이야.



2. 

사랑하는 가족이 언제나 함께 할 거야. 

네 곁에는 항상 너를 지지하고, 힘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다. 결혼을 결심한 그날에 했던 너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그 사람은 네 곁을 지키고, 너의 마음을 다독이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곧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이가 생길 거야. 래몽이는 봄봄이의 몫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


3. 


기록하는 걸 멈추지 마.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해. 2024년의 내가 2014년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건 모두 기록 덕분이야. 만약 태교 일기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아픈 기억으로만 뭉퉁거려 생각날 거야. 일기로 남겼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나. 고마워. 





 10년 전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많이 성장했을까요? 네, 맞아요. 성장을 넘어 성숙했어요. 마음이 단단해졌고, 세상에 빛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10년 뒤의 내가 무척 기대됩니다. 출간 작가가 되고, 초보 엄마의 마음을 다독이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예요. 나의 성장을 통해 타인의 성장을 돕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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