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했다. 얼마 후 부서와 업무도 바뀌었다. 익숙지 않은 업무에 적응하느라 이전보다 담배까지 줄여 가며 용을 쓰는 중이다. 신체와 정신은 확실히 연결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정신력을 소모한 탓일까 밤 9시에 잠에 드는 날도 더러 있다.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신체 활동이 전혀 없는 사무 업무에도 몸이 노곤하다. 생각해 보면, 일이 힘드니 몸이 힘든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머리가 변비에 걸린 것 같다. 든 건 많은데 꽉 막혀서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거의 한 달하고도 반을 글쓰기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수많은 주제와 키워드가 머리에 쌓이기만 할 뿐 정리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상단을 가득 메꾼 브런치 새 글 알림처럼 말이다. 이따금 나의 브런치에 찾아와 글을 읽어 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에게 송구한 마음이 든다. 무언가를 읽는 행위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다.
출력이 없으니 입력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속에서 어떤 것도 나오지를 않으니, 무엇이 안으로 들어올 리 만무하다. 수많은 법령 그리고 지침과 하루 종일씨름하는 탓에 읽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는 것 같다. 그렇다. 실은 이전처럼 친애하는 작가님들의 글쓰기 공간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나에 대한 변명과 자책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삶과 지식을 노래하는 글을 읽고 싶은 밤이다. 어쩌면 이 순간 글을 쓰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유난을 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들 바쁘게 살고 있지 않은가. 다만 어서 빨리 업무가 익숙해져 다시 고양이 집사의 일상을, 그리고 한 회사원의 소소한 하루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그나저나 월급은 많이 안 올랐더라. 제길... 이게 제일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