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치유이기도 했지만 성장이기도 했다. 내가 하지 않을 선택을 선택하는 인물을 만듦으로써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소설에 내 얘기를 넣기 위해서 성찰도 많이 했다. 물론 아직까지의 나는 '나'를 만드는 건 '나' 뿐만 아니라 타인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찰 없이 있는 일 그대로 쓰는 건 결국 남의 일을 끌어오는 일이 되므로.
브런치에 40개가 넘는 글을 썼고 이제 와서 거의 다 지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 와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써온 일들을 겪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읽고 내 마음을 알아봐주길 바랐다. 그랬었구나, 하고.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몫이어야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와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겨 적는 건 문학이 될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그때 아마추어였고, 그래서 내 글이 지면에 실리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지금처럼 데뷔한 작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내 이야기는 오롯이 나 혼자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가공되어 소설로써 만들어져야 한다면, 충분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 소설에 이 이야기가 꼭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이 이야기는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이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어떤 효과를 낼 것인가? 우리는 그 고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