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화 Feb 07. 2023

제3회 포스텍SF어워드 심사평

펭귄의 목소리

<펭귄의 목소리>가 실린 수상집 판매 소식은 추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작가노트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나와 내 애인의 러브스토리 같은 연애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펭귄의 목소리’였다.

  나는 우울증 환자였고, 애인은 일반인이었다. 그래서 소통장애인인 ‘인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여기서 소통장애인은 칩으로 텔레파시하는 세계관에서 칩을 이식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우울증은 달리 말해 기분장애다. 그래서 소통장애의 위치를 기분장애의 위치 정도로 잡고 싶었고, 동시에 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에 비해 장애가 없는 캐릭터인 ‘세현’은 성별을 지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그렇게 읽혔는지는 모르겠다. 중성적인 이름을 쓰려 노력했는데 종국에 와서는 조금은 여성적인 중성적인 이름을 써야 했나 싶었다. 세현은 정말 일반적인 캐릭터다. 장애인에 대해 선의도 악의도 없지만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아하는 사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불편을 느낀다면 그를 계기로 바뀔 여지도 있는 그런 사람.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가 남에게는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게끔 노력을 많이 했다. 장애인의 등장이 그저 장치에 지나지 않게 노력해야 했고, 그러면서 너무 이야기가 교조적이지는 않게끔 했다. 그래서 나는 등장인물들을 악하게 그리고 싶진 않았다. 이번 내 소설에서 큰 갈등이 없는 이유도 이런 악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회와의 갈등은 사람과의 갈등을 통해서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큰 갈등이 없다는 점이 심사위원께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김창규 심사위원님

  단편 가작 수상작 <펭귄의 목소리>는 장점과 아쉬운 점이 뚜렷한 작품이다. 신기술의 산물이 인간의 육체와 결합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시대에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펭귄..>은 개연성 높은 상황을 도입해 그에 대한 우려를 제시한다. 다만 모든 심사위원이 지적했듯 청년기 로맨스와 유사한 구조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소재와 주제의 무게가 다소 희생되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인성 심사위원님

  가작으로 선정된 「펭귄의 목소리」의 경우 심사위원들 모두 그 안정적인 소설적 구성과 주제의식의 선명한 전달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래 사회의 기술 발전을 통해서 칩으로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시대에 구술적인 언어의 사용을 장애로 취급하는 사회적 변화를 그려내는 방식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추면서도,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기준을 무화하며 장애에 대한 보편적 가능성을 환기하는 상상력을 소설적으로 잘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인혜와 세현 사이의 관계가 유해한 세상 속에서 안전하고 무해한 것으로 시작부터 결말까지 유지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미리 결정되어 있는만큼 극적인 긴장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허구가 구성해야 하는 밀도 있는 갈등이 이 소설의 주제나 소재의 차원에는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송경아 심사위원님

  「펭귄의 목소리」는 목소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미래 세계의 ‘소통 장애’를 겪는 한 연인을 통해 장애란 결국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나 안온하고 안전한 틀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가작의 영광을 안겨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3회 포스텍SF어워드 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