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레벤느망>입니다. 황금사자상도 황금사자상인데, 특히 봉준호 감독님이 심사위원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고 기대를 걸었습니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좋았습니다. 낙태 문제는 솔직히 많이 다뤄져오기도 했고, (물론 아직 수많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세상이 바뀌고 있는 데다, <레벤느망>도 여느 임신과 낙태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과 크게 다른 메시지를 보여주지는 않고 있어요. 다만 여느 영화들과 다른 점은 현실 그 자체를 진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던 거 같아요. 어떨 때는 매우 직접적이고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그 시절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삶을 체험하게 해주기도 한달까요. '자기도 좋아서 한 것 아니냐', '피임은 왜 하지 않았냐'라는 반문을 넘어서서, 적어도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손을 내밀기는커녕 배척하는 이 세상에서 선택만큼은 혼자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야겠지요. 그러나 아직 세상이 바뀌지 않고 시선조차 곱지 않던 시기에서 그 과정을 고스란히 겪는 인물에게 자연스레 이입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강점이고, 영화의 특징이네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여주는 것은 정말 좋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기에 새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최근 영화들에서 굉장히 직접적인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데,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점점 피로감과 동시에 이러한 연출이 디폴트가 될까 걱정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가 생각이 났어요. 영화의 톤도, 연출 방식도 비슷한데, <레벤느망>이 조금 더 강렬하달까요. 그렇기에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를 좋게 보신 분은 인상적으로 볼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벤느망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이벤트', 그러니까 '사건'이란 뜻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