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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큥드라이브 Feb 02. 2024

<생각하고 생각하는 방>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국보 두 점이 나란히 놓여 있는 사유의 방.

어두운 통로를 지나면 은은한 조명의 둥근 방이 나온다. 눈높이보다 불상이 높게 보이도록 설계된 경사진 바닥을 걸어가다 보면, 구부린 손가락을 턱 끝에 대고 생각에 잠긴 두 부처를 만날 수 있다.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편안해 보인다.


이 공간은 1,400년전의 국보를 단순히 구경하는 행위를 넘어,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볼게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지도록 구성할지 생각하는 데 좋은 사례인 것 같기도 하고. 맘이 편안해져서 국중박에 올 때마다 무조건 들어가는 곳.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삼국시대 6세기 후반, 높이 81.5cm, 국보 (왼)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삼국시대 7세기 전반, 높이 90.8cm, 국보 (오)


0.2~1.0cm의 두께, 1미터 남짓 크기의 반가사유상은 삼국의 최첨단 주조 기술이 담겨있다.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크기일 뿐더러, 중국의 반가사유상이 석불인 것과 달리 삼국은 금동을 애용했다. 청동 주조 후 거푸집 고정장치나 못을 제거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다.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가 돋보이는 6세기 후반의 불상과 대조되는 단순하고 절제된 7세기 전반의 불상을 비교해 가면서 보는 것도 재미 있는 요소다. 또한 입체 작품의 묘미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머리 뒷부분에 튀어나온 촉은 광배를 꽂았던 자리이다.)


부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깨닫고 ’세상은 원래 고통의 바다야‘를 알리며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설법을 했다. 그중에서도 반가사유상은 약육강식의 세계와 생로병사의 고통 등에 회의를 느끼며 깊은 상념에 빠진 싯다르타를 형상화한다.


’반가‘는 양쪽 발을 각각 다른쪽 다리에 엇갈려 얹은’결가부좌‘에서 한쪽 다리를 내린 자세다. 그래서 다리를 올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갈 것인지, 가부좌에서 다리를 푸는 중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수행과 번민이 엇갈리는 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 교토 고류지에는 (오른쪽) 우리나라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똑같은 자세와 형태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모셔져 있다. 6-7세기 일본의 초기 불상들이 조립식으로 제작된 데 비해, 고류지 반가사유상은 통나무로 전체를 조각했다. 또한, 일본의 다른 불상들이 녹나무나 비자나무로 제작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 흔한 목재로 사용되던 ‘적송’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어 일본에 전래한 불상으로 추정한다.


한참을 쳐다보던 남편이 '리클라이너가 놓여있으면 정말 좋겠어. 그리고 핸드폰도 없이 들어오는거지.'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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