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

도서관에서의 하루

by DYR Daddy

연휴의 마지막 날.


와이프는 주말 특근 때문에 아침에 출근을 했고

혼자서 아들과 딸을 집에서만 돌보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에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미술관에 갔다.


해당 미술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함께 있는데

그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달리 구조가 아기자기해서 인기가 많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50분만 주어진다.


구름은 언제 봤나 싶을 정도로 더운 날씨라 그런지

미술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도서관 앞에서도 우리 가족 말고도 다른 가족들이 예약한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하시면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도서관 안으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도서관 곳곳을 돌아보며 해먹에 누워보거나 살포시 뛰어보기도 했고

그 이후 책을 골라 자리를 잡고 읽기 시작했다.


해먹은 안전상 문제로 동시에 4명만 이용가능했는데 입장과 동시에 아이들로 북적여서

우리 가족은 도서관을 한 바퀴 돌아보며 먼저 책을 골라 읽기로 하고

해먹은 나중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언뜻 주위를 둘러보니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일부만 있고

다른 아이들은 책은 뒷전인 채 도서관 안을 여기저기 다니고 있었다.


열심히 도서관 안을 누비던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뛰지 마라', '조용히 하고 책 읽자'라고 하다가

결국 한숨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나가자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고

도서관은 우리 아이들을 포함 소수의 아이들만 남아서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물론 해먹도 여유 있게 이용해 볼 수 있었다.


비단 책 읽기뿐 아니라

아이들이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한 자리에서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50분이라는 시간 중 도서관을 둘러보고 책을 고르고 읽고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책을 읽는 시간은 30~40분 정도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어릴 때 책에 친숙했던 정도의 친숙함은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저녁시간에 하는 만화가 끝나고 부모님께 TV 리모컨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놀거나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어린 시절의 우리들과 달리


지금의 아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영상을 접할 수가 있고

우리 부부를 포함한 상당수의 부모들도 아이들을 영상에 맡긴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안식과 여유를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주중에는 야근 여부를 확인하고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이들을 찾아서

저녁을 먹이고 빨래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는데

아이들의 매달림 없이 오롯이 저녁을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기 위해 Youtube 영상의 힘을 빌리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독서나 글쓰기 등 활자와 연관된 활동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데에도 익숙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오후의 그 짤막한 경험은 지금까지 나를 돌이켜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도서관을 100% 즐긴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활자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50분 내내 계속했던 우리 아들, 딸에게도 고마웠다.

앞으로 아이들이 활자와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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