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언젠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재능의 벽 앞에서 내 노력으로 일궈낸 성취가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던 경험,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재능의 벽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성실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그때 순간적인 좌절감을 경험할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자신의 길을 구축하는데 다시금 힘을 쏟아붓는다. 평생을 쏟아부어도 재능러가 일굴 성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과 노력을 바치겠다는 생각은 매몰비용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발을 빼지 못하는 미련함도 아니요,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저 하던 것이라도 붙잡고 있겠다는 나약함도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확고하게 재정립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담담하고도 평온한 도약의 시간이다.
노력을 해본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무용하게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어쩌면 그것이 세상과 자신의 삶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언제 그런 순간이 존재하기나 했었냐는 듯 나를 허무와 자괴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노력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자신의 노력이 매번 유혹 앞에서 너무도 쉽게 흔들리는 얄팍한 가지라는 것을, 형설지공의 노력을 기울이는 뚝심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스마트폰과 포근한 침대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환경설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노력을 발휘해 낼 수 있는 상황으로 자신을 집어넣기 위해 노력에 방해되는 것들을 쳐낸다.
노력도 재능이라는 말은 그래서 비겁하고 나약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수행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요소조차 타고난 재능으로 치환시켜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합리화한다. 이는 불안감을 끌어안고 보이지 않는 출구를 향해 더듬더듬 기어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며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해 버리는 자신의 의지박약을 너무도 편한 방식으로 에둘러대는 꼴에 불과하다. 노력도 타고나는 재능이야, 나는 그런 재능이 없어, 그러니까 나는 못해. 마치 완벽해 보이는 논법은 슬프게도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노력은 결코 재능의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가정적 결함이 생겨 노력이라는 에너지를 발휘하기 힘든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오히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지 멀쩡하고 먹고살만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오히려 노력을 재능의 영역으로 치부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냉소적이고 비관적 태도를 탑재한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그럴 때면 정말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만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도망치려고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노력을 하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이며 역사적으로 그런 것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불평불만이야말로 재능의 영역인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