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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an 26. 2024

제 아빠예요! 제 아빠예요!

고마운 환대

아빠: 오늘 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길래 케이크 가져왔습니다 선생님.

교사: 고생하셨네요 아버님. 아이가 좋아하겠어요.

아빠: 선생님들이 고생이시죠.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교사: 네 안녕히 가세요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마침 유치원 아이들이 등원하고 있던 모양인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아들: 어? 아빠다

아빠: 어? 딱 만났네? 생일 축하해~ 케이크 주려고 잠깐 들렀어

아들: 제 아빠예요 선생님, 제 아빠예요! 우리 아빠야!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 보인다고 했던가. 많은 부모들은 아이 어린 시절 그 어여쁨과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벅찬 감동이 넘쳐흐르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사랑스러운 자기 자식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힘들게 참아낸다. 그것은 드러내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나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누군가를 보며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감정은 그 대상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자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우리는 언젠가 누군가를 자랑스러워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부끄러워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모를, 연인을, 배우자를, 자녀를, 친구를, 동료를, 때로는 일면식도 없는 스쳐 지나는 인연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이에게 나는 자랑하고픈 아빠였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집 밖에서 갑작스레 만나 반가웠던 것뿐이었을까.


"저희" 아빠예요도 아니고 "제" 아빠예요라고 다급하게 외칠 만큼 아이는 순수하고 간결하다. 아이의 속을 명확히 알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살뜰히 반겨준 그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최선을 다해 아이를 기르고자 마음을 다잡고 행동을 살피며 살아가지만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으랴. 때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을 테고 알면서도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를 외면한 순간도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은 늘 부모를 용서한다는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아빠의 좋은 면을 더 크게 바라봐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이의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이 언젠가 분명 찾아오겠지만 그 시점을 미룰 수만 있다면 그저 하염없이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제고 너를 " 제 아들이에요 제 아들"라고 그렇게 힘주어 불러주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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