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하고말고
아들: 아빠 나이를 먹으면 입맛이 바뀌어?
아빠: 그럼~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아들: 젤리를 계속 먹고 싶어서
달콤한 초콜릿과 라테를 좋아하던 사람이 뻥튀기와 녹차를 맛있다고 느끼게 되고 친구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친구란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세상에 모든 고통과 시련이 왜 나에게만 닥치는 것인지 고민하던 십 대가 그것이 평범한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성공과 성취만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삶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게 되는 것, 모든 종류의 취향과 가치관의 변화가 반드시 나이 듦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마다 어떤 변화를 분명히 느끼며 살아간다.
아이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고 싶은 마음에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부하고 싶었으리라. 혹은 지금 좋아하는 것을 나중에는 좋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4살에 헬로 카봇을 좋아했고 5살에 슈퍼 마리오를 좋아했다. 그리고 6살이 된 지금은 티니핑을 좋아하게 됐다. 아이에게 4살, 5살, 6살에 본인이 좋아했던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 있는 젤리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토록 좋아하는 젤리를 어느 순간 좋아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이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을까. 변한다는 것은 성장의 증거이면서 때로는 후퇴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젤리를 오물거리는 아이의 입을 바라보면서 그저 빙그레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