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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Feb 06. 2024

나이를 먹으면 입맛이 바뀌어?

모든 것이 변하고말고 

아들: 아빠 나이를 먹으면 입맛이 바뀌어?

아빠: 그럼~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아들: 젤리를 계속 먹고 싶어서


나이를 먹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을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체가 노화됨에 따라 머리가 하얗게 변하거나 주름진 피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관찰할 때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 느끼게 되는 어떤 내적인 지점에서의 변화를 인식했을 때가 더 많다. 흰머리나 주름은 나보다 남의 눈에 먼저, 더 자주 띄기 때문에 남들로 하여금 내가 변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은 그런 외적인 변화보다는 내적인 변화를 느낄 때 스스로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더욱 강력하게 확인한다. 그리고 이는 본질적으로 타인의 변화 유무를 판단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타인의 본질이 변했는지 여전한지를 판단하는 말을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름이나 흰머리보다는 어떤 행동양식이나 사용하는 언어처럼 내적인 요소일 때가 더 많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흰머리를 바라보며 "변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친구의 입맛이나 가치관의 변화를 보며 "변했구나"라고 말할 때가 더 많은 것은 이를 증명한다. 


달콤한 초콜릿과 라테를 좋아하던 사람이 뻥튀기와 녹차를 맛있다고 느끼게 되고 친구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친구란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세상에 모든 고통과 시련이 왜 나에게만 닥치는 것인지 고민하던 십 대가 그것이 평범한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성공과 성취만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삶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게 되는 것, 모든 종류의 취향과 가치관의 변화가 반드시 나이 듦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마다 어떤 변화를 분명히 느끼며 살아간다. 


아이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고 싶은 마음에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부하고 싶었으리라. 혹은 지금 좋아하는 것을 나중에는 좋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4살에 헬로 카봇을 좋아했고 5살에 슈퍼 마리오를 좋아했다. 그리고 6살이 된 지금은 티니핑을 좋아하게 됐다. 아이에게 4살, 5살, 6살에 본인이 좋아했던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 있는 젤리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토록 좋아하는 젤리를 어느 순간 좋아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이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을까. 변한다는 것은 성장의 증거이면서 때로는 후퇴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젤리를 오물거리는 아이의 입을 바라보면서 그저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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