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지 않아도 결국 나서게 되는 사람들
내가 나를 잊어버리면
모두 눈을 떼지 못하네
그저 몸이 향하는 대로
모두 같은 꿈에 빠지네
혼자서만 느끼던 순간이
너에게도 전해졌으면
- 이희문 팬레터 -
3종류의 리더가 있다. 말로만 지시하는 사람, 함께 열심히 뛰는 사람, 스스로 미쳐있는 사람.
구태의연한 구분법이지만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이는 본질적인 구분에 가깝다. 조직원의 행동을 촉구하고 집단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도록 이끄는 사람이 리더라면, 리더로서 최대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은 3번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의 폐해는 굳이 입에 담을 필요조차 없다. 두 번째 유형은 나름의 성과를 낼 수도 있겠으나 세 번째 유형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없다. 아우라가 없는 리더십은 팔로워쉽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세 번째 유형의 아우라는 조직원들을 감화시킨다. 굳이 말로 지시하거나 조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지 않아도 조직원들이 알아서 따라오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훌륭한 리더는 말로 지시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지시와 코멘트가 필요하겠지만 리더의 본질적 역할은 그것이 아니다.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몰입하는 것으로 리더는 자신의 비전을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밝힌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모두 같은 꿈에 빠진다. 그렇게 리더는 혼자서만 느끼던 순간의 희열을,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게 전하며 그 지극한 기쁨을 함께 나눈다.
그렇다면 몰입은 자기 행복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임이 분명하다. 넬슨 만델라는 길고 긴 수감생활에도 불구하고 보복이 아닌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였다. 그에 동지들뿐만 아니라 국민, 심지어 적들까지도 감동을 받아 그 힘은 국가를 이끄는 가장 큰 자원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는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였으나 본인들 스스로 엄청난 몰입도와 조직에 대한 헌신을 보여 그 비전과 열정에 매료된 직원들은 영감을 받고, 기꺼이 무리한 야근까지 소화해 내는 워커 홀릭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래서 진짜 리더들은 반쯤 미치광이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미쳐있는 사람들 특유의 안광과 기개는 평범한 다수의 대중을 매료시키고 따르게 만든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은 올해 7월 앨범을 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한 영상에서 이찬혁은 준비된 의상을 보며 자신이 생각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의상을 다시 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작사 작곡에만 재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의상, 소품, 헤어, 안무 등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들어갈 요소를 전방위적으로 체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특이하다는 이유로 대중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GD 병에 걸린 찬혁이라거나, 못난 오빠를 부끄러워하는 수현이라는 식의 포털 기사와 인터넷 댓글들은 한 천재의 재능과 리더십을 자칫 매몰시킬 것처럼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조롱과 비웃음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신의 색을 버렸다면 서서히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는 지금의 이찬혁은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저항과 조롱의 시간을 견뎌내고 결국 자신의 색깔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한 예술가의 발자취를 보며, 그저 자신의 꿈에 미친 채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이미지의 심벌이 되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스스로 리더의 자리에 서고 싶어서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가 리더로 추대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들에게는 자기 일에 미쳐있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주변사람들에게 어떤 기쁨을 가져다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리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리를 탐하여 의도적으로 이득이 되는 행위만을 골라하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져서 계산적으로 삶의 궤도를 편성하지 않는, 정말 자신의 일에 혼신을 다하다가 주변에서 추대받아 리더가 되는 그런 사람들이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세상. 이찬혁의 노래 가사처럼 상한 포도알이 다시 신선해질 리 없고, 기필코 있다 있다 했던 vivid lala love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빛나는 것들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