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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좋은 사람 도감

짧지만 임팩트가 있다

by 정 호

2023년 <너무 좋은 사람전>이라는 전시회를 토대로 제작된 도서 '좋은 사람 도감'은 제목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 100명을 스케치하고 짧은 설명을 곁들인 모음집이다. 예를 들면 정수기 물통을 알아서 갈아주는 사람, 월초에 달력을 뜯어주는 사람 같이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핸드폰을 보지 않는 사람, 1차 장소가 끝나갈 무렵 2차 장소를 물색해 주는 사람, 영화관에서 소리 나지 않게 팝콘을 먹는 사람처럼 취미나 놀이활동을 할 때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 그 외에도 밥 먹을 때 만나는 좋은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 총 4개의 분야로 나눠 우리도 모르게 스쳐 지나갔을 좋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상기시켜 준다. 만화로 된 책이고 아주 짧은 설명으로 페이지가 넘어가기 때문에 다 읽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책은 짧고 담백하지만 꽤 여운이 있다. 늘 심각하고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우리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떠올려볼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것은 연이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사람 도감에서 겹쳐 보이는 내 모습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그래도 괜찮은 사람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도감 속에서 내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가치롭다. 좋은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 순간이다. 각박한 세상에 웃음을 건넬 뿐만 아니라 나를 살피고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선량한 책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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