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영어 필사를 시작하면서 각오를 다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필사 시작일은 9월 1일이었다. 영어 필사는 처음이었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딸의 수능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집에 몇 권의 시 필사 책이 있었지만 다 끝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필사 모임이 있는 것은 독서 모임에 나가서 알게 되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면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좋은 책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독서 모임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고, 함께 하루하루 필사를 해 나가는 과정도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선택한 첫 영어 필사 책은 <성공하는 리더들의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이다. 성장하는 나를 위한 메시지라는 부제목처럼 나를 앞으로 이끌어 줄 만한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는 실제 경기장에 뛰어든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모든 기회를 붙잡아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선수들의 경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합니다. 적극적으로 꿈을 추구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당신은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 경기에 참여해 매 순간을 중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용기 있게 경기장에 뛰어든 사람입니다.
<성공하는 리더들의 영어 필사 DAY005>
책 모임과 글쓰기 모임에서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책을 쓴다는 말이었다. 책 모임에서 우리는 독자의 입장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글쓰기 모임에서 우리는 필자의 입장이 된다. 책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우리는 실제 경기장에 뛰어든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필사를 시작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기회를 붙잡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구경을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용기 있게 붙잡아 경기장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영어 필사라는 매일의 간단한 루틴이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꿈과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정성을 들일 수 있었다.
당신의 속도는 당신이 결정하면 됩니다. 그 누구의 허락도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의 가능성을 믿고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위한 텃밭을 가꾸면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열매는 열립니다. 당신에게 진심이고 긍정적이며, 성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당신만의 멋진 정원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세요.
<성공하는 리더들의 영어 필사 DAY013>
시작하기 전에는 필사를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작을 하게 된 계기는 딸의 수능 시험과도 관련이 있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백일 정성을 쏟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원을 하기도 할 것이지만 나는 그런 것을 할 부지런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하루하루 영어 필사를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글씨를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속도를 따라가다가 지쳐서 포기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필사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하면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은 옳았다. 100일의 필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더 든든했다.
미루는 습관을 께세요. 만약 당신이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남겨 두는 것에 지쳤다면, 당신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다. “왜 이것이 나에게 중요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 일을 끝내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나는 이것을 해야만 한다”라고 말하지 마세요. “나는 이것을 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이라고 말하세요. 당신의 결정이라는 것을 인식하세요. 당신이 왜 하고 싶은지 이해할 때, 그 일은 성가신 것이 아니라 선택이 됩니다.
<성공하는 리더들의 영어 필사 DAY040>
필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그날의 필사를 되도록 미루지 말자는 것이었다. 보통은 아침을 먹고 딸이 공부를 하러 가면 바로 필사를 하는 것이 루틴이었지만, 조금씩 시간이 뒤로 밀리는 일이 생기곤 했다. 한번 미루게 되면 뒤로 미루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그래도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 했기에 루틴에 상관없이 하루 필사를 마치는 것으로 만족했다. 가끔은 책을 펼치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운 날도 있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침대로 향하기 직전에 밀린 숙제 하듯 끝마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내가 이것을 하기로 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이다. 처음에 시작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다시 정성스럽게 만년필을 들고 한 글자씩 쓸 수 있게 된다.
영어 필사라고 해서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목표도 아니었기에 영어 실력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서 읽고 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성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짧은 몇 개의 문장일 뿐이지만 꾸준히 필사를 하는 데에도 힘이 되었고 응원이 되었다.
책 속의 글귀처럼 나는 경기장에 뛰어들었고, 나만의 백일의 스토리를 만들었으며, 매일매일 나에게 맞는 속도로 나아갔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또 다음을 계획할 힘이 생기게 되었다. 또다시 경기장에 들어갈 힘과 여유가 장착된 것이다.
딸의 수능도 끝이 났고, 나의 첫 영어 필사 100일의 도전도 끝이 났다.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거룩한 의미가 있다. 이 수많은 마침표들이 모여서 나의 스토리가 될 것이다. 하기 싫을 때도 있을 것이고, 쉬어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표 없이 그만두고 싶어 질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엔 마침표 외에도 다른 기호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마치는 것이 힘들 때 가끔은 물음표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쉼표로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느낌표로 한탄을 하거나 감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진심이고,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라면 따옴표로 함께 성장해 갈 수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음에 들어설 경기장은 이미 정해 놓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