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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Jan 21. 2021

뭐.. 가르칠 게 있나요?

특수교육에 대하여..

뭐.. 가르칠 게 있나요?


남편 회사 동료들과 부부동반으로 만난 자리. 장애아동을 가르친다고 하니 "뭐 가르칠 게 있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말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뭐 가르칠 게 있냐'는 질문이.. '가르칠 게 있기는 하냐'라고 들렸기 때문이다. 에잇.. 뭐 그렇게까지.. 네가 꼬아서 들은 거 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특수교사라서 그렇다.


체력장으로 뽑아야 되는 거 아니야?

 

특수아동을 가르친다고 하면 '힘들겠다', '고생하시네요'라고 말한다. 솔직힘들다. 그래서 특수는 한 반의 정원이 4~7명이.


특수교사가 된 후, 누군가 장애아동을 '떨어지는 아이들'이라고 표현해.. 불끈 주먹 기억이 있다. 직업의식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실이 아니기 때문에 더 기분이 .


실제로 특수아동 중에는 지능이 정상인 학생이 많다. 헬런 켈러처럼 시각, 청각 문제가 있는 감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점자와 수화를 가르친다. 지능이 낮은 게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의 정보가 제한되 있어  input이 어려운 거다.


물론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학생들도 많다. 특수교사는 이런 학생들이 선호하는 자극을 찾고, 다양한 방법으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아동을 가르칠 때 보다 장애학생을 가르칠  때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수학교에는 매우 증인 학생들도 있다. 대소변을 못 가려서 기저귀를 착용한 학생도 있다. 음식물을 믹서기로 갈아서 먹이는 경우도 있다. 수저를 들고 밥을 먹는 행동 자체를 배워야 되는 학생들도 있고, 식사지도 후 양치질을 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각 학급에 실무원, 자원봉사,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교사인 내가 진다.


특수교육의 현장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특수교사는 임용고를 왜 본다니? 체력장으로 뽑아야 되는 거 아니니?' 하마터면 날차기를 할 뻔했다. 특수교사 앞에서 함부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라 모든 직장인에게 힘이 필요한 것이지, 특수교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이런 시선들은 특수교사 힘 빠지게 한다.


특수교사는 전문가이다!


특수교육에 발을 담근자로서 특수교사는 교육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의 특수교육'은 꽤 눈부시게 성장했다. 나는 2018년, 2019년 베트남에 단기 파견을 다녀왔다. '한국의 선진 특수교육'을 베트남 교육부 관계자와, 특수교사, 치료사들에게 전달하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10박 12일 동안, 8명 중  1명의 강사 베트남에서 강의를 했다. 한국의 선진 특수교육을 베트남에 전달했다. 그땐 내가 무슨 사절단이나 홍보대사가 된 것 같아, 마냥 기쁘고 뿌듯했다.


첫 해에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에 대해, 다음 해에는 청각장애에 대해 강의를 했다. 사실 저경력 교사인 내가 잘나서 뽑혔다기보다, 영어회화 특기자여서 뽑혔다고 들었다. 단기 파견이 해외출장이다 보니 강의 외에도 발표자료 번역, 담당자와 이메일 소통, 영어회의 진행, 해외에서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위기상황 대처를 위해 내가 필요으리라 생각한다


(참고: 선발될 때는 토익점수와 한글&영문 강의계획서를 제출했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국제교류나 협력이 활발해지면 후배 특수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길 바란다.)


그룹별 질문 시간 & 강의 시간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보통 특수반이나 특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단순히 '노는 수업'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수교육도 전문성을 요구하는 엄연한 교육분야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후배 특수 선생님들이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전문가'임을 인지하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특수교육은 반드시 전공자가 가르쳐 전문분야이다.  사실을 모든 교육분야에 몸 담으신 분들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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