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프 Sep 05. 2021

직업으로서의 '특수교사'를 말하다.


한 달전쯤,

무심코 인스타를 보는데

모르는 이에게 디엠이 왔더라구요.

내용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고등학생인데.. 교사가 꿈이다.

검색하다 특수교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특수교사를 해도 될까?


특수교사가 생업이자 직업인 저는,

그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빙~ 돌려가며 해드렸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한 10분쯤 짧은 문자의 주고받음이었지만.

마지막 제가 받은 텍스트는.. 이 문장으로 끝났습니다.  


"아... 자해를 하는군요..."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만..

글자에서 저는 그분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읽었습니다. 그분의 마음을요.


어떤 직업이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재미, 흥미, 보람.. 등과 같은 '희극'적인 부분만 채워지지는 않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취미로 시작해 미친 듯이 좋아서 시작한 그 무엇도

생계와 연결되어 일정한 수입을 만들어야만 하는

특별한 시점이 오면 분명히 '비극'은 찾아옵니다.

나의 먹고사는 문제 + 식솔들까지 챙기기 시작하면요.

(저 같은 경우에 특수교사로 일해 받는 월급은 우리 두 딸 솔솔이와 반려식물,, 그리고 반려인간 남똘의 내조 비용까지 책임지는 생업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이사는 세바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디좌~인' 이란 것을 처음 시작했을 때...

멋진 스포츠카 타고~ 목에는 스카프 두르며~ 우아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디자인으로 먹고살게 되자.. 현타를 느꼈다.

누가 "왜 직장 다니냐"라고 물을 때, "카드값 갚으려고 다닌다..."라고 대답했다.


저는 특수교사되기 전엔 7개의 직장을 경험했습니다.

7개 모두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이 맞았어요.


영어회화강사를 처음 시작할 때,

'외국인이랑 근무하면서 돈도 벌고  영어실력도 키울 수 있겠네~ 일타 2피네~ '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근무해보니 현타가 찾아왔어요.

한글도 잘 모르는 6살 아가야들에게

파닉스, 율동을 겸비한 영어동요, 영어 연극을 가르쳐야 했고


급기야는 학예회에서 눈 네게 달린 외계생명체 같은 학부모님들이 지켜보는(스물네살의 나에게는 정말로 그렇게 보였습니다)... 무대에서 영어로 사회;;를 보고..

온몸에 있는 연골들이 딱딱 소리를 내며 제각각 존재의 이유를 찾는 '학부모 공개수업'을 영어로 진행 했습니다.  


한국말로 하는 수업도 어리버리한 스물네살의 제가...

미국에 발꼬락도 안 담가본 제가...

비전공자인 제가요..


특수교사로 사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수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번뿐인 인생인데.. 돈도 벌고 보람 있는 일을 하면 좋잖아~"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벽에 버리를 박고 자해하는 우리 반 학생

손톱으로 피가 날 때까지 피부를 긁는 학생

공부하기 싫어서 우는데, 굳이 착석시키며 오만가지 강화물을 찾는 나

PECS(그림 교환의사소통)한다며

두 시간 동안 사진 찾고 코팅해서 들이대면 5분 만에 아작 나는 수업자료들...

정년까지 일해도 나를 기억하는 제자가 없을 것 같은 허무감. 매너리즘..

'왜 그러시는지...' 뼛속까지 이해는 되지만 내 온몸으로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인 학부모들의 화풀이..

무엇보다. 학생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는 인생의 비극...


이런 것들이 현타로 찾아오면...

솔직히 매일의 일상이

'희극'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한 때는 특수교사가 한직('한가로운 직업?' 정도의 뜻)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일반학교에서 교무 부장님이 바쁜 학교 일하면서

쉬엄쉬엄 일하라고 특수반을 운영을 맡기기도 했었던.. 그 옛날~


정말..

수업이고 생활지도고..

안 하려고 작정하면, 1도 노력을 안 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일 수 있지만....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100만 가지의 일이 있는 것이 특수교사라는 직업입니다.


일반학생들은 알아서 척척하는 실내화 정리, 책가방 정리, 숟가락 젓가락 사용.. 같은 기본적인 생활지도

학생들에게 "점프야~ 실내화 정리해야지.. 책가방 정리해야지~" 말만 하나요...

한국어 수용과 표현이 잘 안 되는 친구들을 위해..

실내화 신는 사진, 책가방 정리하는 사진을 찍고

코팅해서 PECS(그림 교환의사소통) 판 만들고 교실에 붙여서 환경 조성하고


문제 행동하면 어머니와 수시로 상담하고 문제행동 소거하기,  문제행동을 대체하는 대체행동 가르치기


수업수업대로

교과서를 있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학생들의 개별 수준 차이가 심하므로)

늘~ 하루살이 같이 수업 구상하고 수업자료 만들고

짜잔~하고 수업하면 시큰둥해하는 아이들 보고 좌절할 때도 있고

다음번엔 더 흥미로운 다른 자료 가지고 다시 시도해보고...


이런 노력들이 필요한 직업이 특수교사입니다~


그럼에도,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준비해서 평~생 특수 교사하려는 분이 아주 많고요~

배운 대로 실천하며 전문성 있게 수업하려는 특수교사가 지천에 깔렸고

20년 넘게 특수교사로 일하고 명퇴하시거나

정년까지 채워서 퇴직하시는 존경하는 선배님들도 있고요~    


어떤 직업이든 찰리 채플린의 말에 대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의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변호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교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특수교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어떤 일이든지 보람도 있지만, 힘든 일도 반드시 있습니다.

특수교사도 그렇고요.^^


결국,

찐 느낌. 찐 현타. 찐 비극. 찐 희극이 버무려져 맛깔나는 비빔밥 같은 직업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 누가 나에게 "왜 특수교사를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어쩌다가요. 누구나 다 그렇듯이요" 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리더의 연애)





매거진의 이전글 1학년 담임이 되고, 홈트를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