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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Dec 09. 2021

5. 제 호베르투

자기관리의 끝판왕

 특이한 이름과는 다르게 생소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선수에다가 활동했던 시기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였거든요. 잠깐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적도 있지만, 줄곧 분데스리가에서 전성기를 보냅니다.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뮌헨에서만 10년을 넘게 활약했죠. 이후에는 함부르크로 적을 옮기는데요. 당시 신성으로 떠오르며 주가를 높이던 손흥민과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미드필더 모든 지역을 소화할 수 있던 호베르투는 특기인 왼발을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줄곧 보여주었는데요. 레버쿠젠에서는 철인에 가까운 활동량까지 자랑하며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까지 성공하죠. 경기력에 기복이 없으면서 완벽한 자기관리로 부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보상은 저절로 따라왔는데요. 분데스리가의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함부르크까지 대부분 주전으로 활약했습니다.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중 역대 최다 출전과 도움 부문에 당당히 이름도 올렸죠.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몸을 관리하는 방법도 공부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독일에서 배운 내용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제한 행동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술과 담배였죠. 기호식품이라고는 하지만, 백해무익하며 특히 직업이 운동선수라면 더욱 치명적이니까요. 제 호베르투는 자신의 몸에 자칫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기 위해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는 선수 생활 내내 입에 대지도 않았다고 하죠.


 체중은 축구선수의 경기력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신체에 맞는 근육량과 적절한 체중이 균형을 맞춰야 최적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거든요. 그러나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을 포함해 온갖 유혹이 많아 그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실제로 옛날 브라질을 대표하는 공격수 호나우두를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아자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의 수아레스 역시 체중 조절에 실패한 모습을 보였고요. 세계 최고로 불리는 선수들도 자칫 방심하면 티가 나기 마련인데 제 호베르투는 언제나 한결같았죠.


 심지어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력 유지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가족과의 시간을 꼽았는데요. 행복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제 호베르투는 말할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배경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훈련을 추가로 하려다가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 시간이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의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거리를 두었다고 말이죠. 체력을 위해 아내와의 잠자리도 미뤘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고요.


 괜히 여러 선수가 그를 멘토로 꼽았을까요. 손흥민은 과거 레버쿠젠 시절 최고의 선수를 물어보는 질문에 반 니스텔루이와 제 호베르투를 꼽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함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마르셀 얀센 역시 존경을 나타냈는데요. 자신이 경험한 선수 중에 자기관리로 단연코 가장 완벽했다면서 말이죠.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동료들은 진작 축구화를 벗었지만, 38살에 새로운 도전을 떠납니다. 독일을 떠나 카타르로 날아갔죠. 우승과의 인연이 비교적 훌륭한 편이었던 제 호베르투는 알 가라파에 합류한 1년 동안 우승컵도 추가합니다. 14경기를 뛰며 1골을 기록한 그는 다시 브라질로 향하죠. 코치가 아닌 선수의 신분으로요. 카타르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체력에 대한 걱정은 그저 기우였습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조카뻘의 선수들과 호흡에 전혀 무리가 없었거든요.


 1994년부터 프로로 뛰었던 제 호베르투는 그레미우 소속 당시 유소년 생활을 이어가던 에베르통과 인연을 맺었고, 2015년 파우메이라스로 이적해서는 성인 무대에 데뷔한 제수스와도 경기를 함께 소화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제 호베르투가 한창 선수로 뛰고 있던 1996년과 1997년에 태어난 선수들이었죠. 신체적인 노쇠화는 막을 수 없었지만, 노련미를 장착한 호베르투는 파우메이라스에서 주장으로 출전하는 경기도 많았습니다.


 그레미우에서 2년을 보낸 후에 1년 동안 무적의 신세로 전락한 호베르투였는데요. 진작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질 무렵 위풍당당하게 돌아옵니다. 복귀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는데요. 왼발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소속팀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쳤죠. 역시나 두 시즌을 주전에 가까운 선수로 활약하며 소속팀에 우승을 안겨주었습니다. 유종의 미를 장식한 그는 2017년 11월 27일 은퇴를 선언하는데요. 43살의 나이에 드디어 축구화를 벗었습니다.


 활약했던 시간에 비해 명성이나 인지도는 다른 브라질 선수들에 주춤했지만, 오히려 그게 언성히어로에 가까웠던 그를 잘 대변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자타가 공인하는 자기관리의 끝판왕답게 작별인사도 심금을 울렸습니다. 성공적인 선수 경력에 종지부를 찍는다며 축구를 위해 모든 걸 헌신했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떠난다고 말이죠. 데자뷰처럼 현역으로 복귀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는데요.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SNS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빨래판 복근을 자랑하는 호베르투를 보면 인생을 참 멋있고도 재미있게 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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