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End 더 로드 (2003)
만약 삶과 죽음 사이에 어떤 틈이 있다면
그래서 죽기 직전
생전의 모든 관계가 숙고되고
모든 비밀이 드러나고
모든 감정이 넘쳐흐르고
그렇게 자신의 삶과 마지막으로 대면해야 한다면
그렇게 자신의 죽음과 마지막으로 대면해야 한다면
사람들 중 더러는 서둘러 망각의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질 것이고
더러는 그 구질구질한 삶을 다시 살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이며
더러는 그 흐르멍텅하고 축축한 세계를 끝없이 떠돌 것이다.
우리는 나름 진심을 다 해 살면서
고민과 갈등과 번민 속에서 즐거운 날도 슬픈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마치 경솔하고 한심한 장난처럼 보이고
서로 적인 줄만 알았던 삶과 죽음 양쪽 모두에게 조롱당해서
고양이가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쥐새끼처럼 얼이 빠져
태어난 것 마저 후회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가족은,
마치 삶과 죽음의 틈새 그 자체 같은 우리의 가족은
의지나 보호가 되기는커녕
치욕과 치부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삶에서든 죽음에서든 틈새의 진흙탕에서든
혹은 먼 훗날 언젠가 어디선가 지나가는 교차로에서든
다시 다 함께 모여 또 울고 웃으며
서로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다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