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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un 18. 2024

우울의 해부학 (44)

로버트 버턴

골고다 by 에드바르 뭉크 (1900)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SUBS. V.


우울한 성향, 부적절하게도 그렇게 불리는, 다의적 애매함 



    지금 우리 담론의 주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은 기질이나 습성에 관한 것입니다. 기질에는 본래 일시적인 우울증이 있는데 그것은 슬픔, 궁핍, 질병, 고난, 두려움, 비통, 격정, 마음의 동요, 근심, 불만, 생각 등 매일의 자잘한 사건 속에서 발병했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통증, 둔감함, 원기의 답답함과 괴로움, 또한 기쁨, 즐거움, 희열, 환희에 반대되는 모든 경향의 원인이 되며, 우리에게 완고함과 반감을 일으키지요. 다소 모호하고 부적절한 의미에서, 누군가 둔감하고, 슬프고, 신랄하고, 얼뜨고, 나쁜 성향을 가지고 있고, 고독하고, 가만히 잊지 못하고, 불쾌한 심정일 때, 우리는 그가 우울하다고 말합니다. 우울한 성향에 빠지면 누구도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극기심을 키우지 못하며, 현명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고, 인내심이 많지 않고, 관대하지 못하고, 신앙심이 깊지 않고, 비범해지지 못합니다. 보통 이러한 특징들이 그의 정당성을 보장해 주기 마련인데두요. 그러나 다른 날 어느 정도 침착해질 때면 그는 그것으로 인해 현명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울증은 인간의 필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수명이 짧고 온갖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제노, 카토, 소크라테스 자신도 마찬가지지요. 아엘리안은 차분한 기질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그 무엇도 소크라테스를 방해할 수 없었지만, 나가고 들어올 때면 어떤 괴로움이 그에게 닥쳤던가요. 물론 소크라테스는 똑같이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기는 했습니다만, " (만약 우리가 그의 제자인 플라톤의 말을 믿는다면) 그는 그것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발레리우스는 모든 행복의 예로서 메텔루스를 들었습니다. "당시에 제일 운 좋은 사람은 가장 번영했던 로마 도시에서 태어나, 고귀한 혈통 출신에, 품격 있고, 자격을 갖추고, 건강하고, 부자에, 명예롭고, 원로원 의원이고, 집정관이고, 부부 사이가 좋고, 아이들과 함께 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등등. 그러나 이 사람도 우울함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폴리크라테스 사모스는 반지를 바다에 던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불안에 동참하기 위해서였죠. 얼마 지나지 않아 반지는 그가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통해 기적적으로 그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 그도 우울한 성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자기 자신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신들도 자신들의 시인이 그들에게 부과한 것과 같은  쓰디 쓴 괴로움과 빈번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천국이 그렇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맑고, 때로는 흐리고, 폭풍우가 오고, 평온하기도 합니다. 한 송이 장미에 꽃과 가시가 같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1년 동안 온난한 여름, 혹독한 겨울, 가뭄 그러다가 다시 쾌적한 비가 내립니다 . 우리의 삶 역시 기쁨, 희망, 두려움, 슬픔, 비방이 뒤섞여 있습니다. 고통과 쾌락이 번갈아가며 나타납니다. 기쁨과 고통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기쁨의 샘에서 쓴 담즙이 솟아오르고

   우리의 즐거움은 역병으로 변합니다


    "웃는 중에도 슬픔이 있습니다." (솔로몬이 말했습니다.) 오스틴이 주장했듯이 심지어 잔치와 쾌활함 중에도 그렇습니다. 시편 41편은 슬픔과 불안에 대해 말합니다. 우리가 즐거움을 누리는 중에도 무언가 가혹한 것이 우리의 목을 조릅니다. 꿀 1 파인트⑨에 담즙 1갤런, 즐거움 1파운드에 고통 1파운드, 환희 한 모금에 신음 1갤런을 얻게 됩니다. 담쟁이덩굴이 참나무를 감싸듯, 이러한 비참함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필멸의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영원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결코 번창하거나 즐겁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는 고통이 있고, 불만이 있고, 원한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γλυκύπικρον 입니다. 모든 것이 혼합된 열정이며 검은색과 흰색의 체스판 무늬와 같습니다. 사람들, 가족들, 도시들은 몰락하고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120°, 60°, 90°, 그리고 180°인 시대입니다.⑬ 우리는 저 천사들, 하늘의 권세와 실체들, 태양과 달처럼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내내 그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은 채 불굴의 의지로 전진하여 우리의 여정을 끝마쳐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허약하고, 비참하고, 방해를 받고, 내던져지고, 위로 던져졌다가 굴러 떨어지고,  작은 충격마다 동요하고, 경미한 사건마다 고통과 불안을 느끼고, 확신하지 못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우리가 신뢰하는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견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우리 시대를 애도라도 하는 것처럼)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기쁨과 고통이 하나의 고리 안에서 항상 서로 결합되어 있는 상호 유대를 알지 못하는 것이죠. " 세상을 떠나세요. 만약 이것을 견딜 수 없다면 이곳을 떠날 수밖에요. 그것을 피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오직 인내와 관대함으로 무장하고 그것에 맞서며 그리스도의 훌륭한 군사로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바울은 그것을 견뎌야 한다고 끊임없이 권합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훌륭한 충고를 받아들이거나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야수 같은 짐승들이 정욕에 굴복하고 자발적으로 근심, 비애, 비참함의 미로로 빠져드는 바람에 그들의 정신은 꼼짝 못하고 고통받게 됩니다. 그들은 마땅히 가져야 할 인내심으로 무장할 수 없기에 이러한 성향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세네카가 지적한 것처럼) "경멸받는 많은 성향들이 질병을 만들어 냅니다. 아직 습성이 되지 않은 증류 현상은 기침을 만들어낼 뿐이지만 지속적이고 고질적이 되면 폐병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의 우울한 자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신체 온도나 이성적인 정신이 더 나은 저항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은 예정되거나 면제된 기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많거나 적거나 어느 정도는 기질에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벼룩이 물어뜯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지요. 어떤 사람은 남다른 절제와 침착한 태도로 기꺼이 극복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오해로 인한 갈등, 권리 침해, 슬픔, 불명예, 상실, 수난, 기질 등등을 조금도 견다지 못합니다. (만약 고독하거나 게으르다면) 정열에 너무 많이 굴복한 나머지  안색이 달라지고, 소화가 원활하지 않고, 잠을 자지 못하고, 정신이 흐려지고, 불행해지며, 건강염려증이 악화됩니다.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고 속이 사나워지면서 그 사람은 우울증에 휩싸입니다. 마치 빚 때문에 투옥된 사람처럼 말이죠. 일단 구류되면 모든 채권자는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그는 감옥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어떤 불행이 그를 덮치면 곧바로 모든 불안들이 (틈새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들어서그를 덮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절름발이 개나 날개가 부러진 거위처럼 축 처지고 수척해지죠. 그러다가 마침내는 우울증은 나쁜 습성이나 질병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철학자들이 온도를 8도로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우울증을 88 정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영향을 받는 부분들이 다각적으로 우울증에 사로잡히거나, 지옥 같은 심연 속으로 거의 빠져들거나, 그 속으로 더 깊이 침잠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한 모든 우울증 발작은 설사 처음에는 즐길만하더라도 한동안 빠져들다 보면 불쾌하고 폭력적으로 그 사람을 압도하고 맙니다. 그런 사람들은 나 역시도 그렇게 표현한 것처럼 우울증 발작, 혹은 영향 아래 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부적절하게 불립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계속되지 않고 마치 어떤 물체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치료해야 할 우울증은 습관, 위중한 질환 또는 만성 질환, 만성적이거나 지속적인 질환, 고질이 된 경우입니다. 아우렐리아누스⑰와 다른 이들이 말했듯이, 그것은 그릇된 것이 아니라 고착된 것입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쌓여왔기 때문에 이제는 (즐거운 것이든 고통스러운 것이든) 습성이 되었고 거의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SEC. I. 

MEM. II.

SUBS. I


해부학에 대한 여담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무엇인지 정의하거나 더 자세한 설명을 진행하기 전에, 앞으로 이어질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몸의 해부학과 원기의 기능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어려운 단어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몰약, 갈비뼈 아래 연골, 치질등과 상상력, 이성, 기질, 원기, 활력, 자연성, 동물성, 신경, 정맥, 동맥, 림프액, 뇌하수체. 일반 사람들은 이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인용되며, 기능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가장 뛰어난 주제를 더 정교하게 연구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시간과 여가가 충분한 훌륭한 선지자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두렵고도 훌륭하게 만들어졌으며 기묘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세태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어서 좋은 거래를 이루고, 사고팔고, 훌륭한 품종의 매, 사냥개, 말 등의 사업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 관한 지식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히 무지하고 무관심합니다. 그들은 육체와 영혼이 무엇인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어떤 부분과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혹은 인간이 개와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합니다. (멜란히톤이 적절한 방식으로 통렬히 비난한 것처럼) "사람이 자신의 몸의 구조와 구성을 모르는 것보다 더 창피하고 추잡한 일이 있을까요? 특히 그러한 지식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데도 말이죠." 이 연구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라틴어로 방대하게 저술된 갈레노스, 보히니스플래터베살리우스, 팔로피우스,  라우렌티우스, 레멜린 등등의 정교한 저작들을 정독하기를 권합니다. 얼마 전에 우리의 근면한 동포들이 콜럼버스와 미세우주학을 13권으로 번역했듯이 이 책들을 모국어로 만들었으며, 나는 이 간단한 여담을 만들었습니다. 웨커, 멜랑히톤⑱, 페르넬리우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다루고 쓰여진) 원기에 관한 그 지루한 영혼의 책자는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맛을 보게 하거나 그 나머지에 대해 안내해 주려면 이곳의 발췌로도 충분합니다. 






1) Zeno - 기원전 3-4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2) Cato - 로마에는 유명한 '카토'가 두 사람인데 같은 집안사람으로 여기서는 (소) 카토인지 (대) 카토인지 모르겠음.     



3) Aelian  - 정확하지는 않으나 2-3세기 경 로마의 작가이자 수사학 교사를 지칭하는 듯하다.    



4) Valerius - 수많은 발레리우스 중 누구인지 모르겠음. 



5) Q. Metellus - 1-2세기 경 로마 공화국의 군인이자 정치가. 



6) Polycrates Samius  - 기원전 540년대부터 기원전 522년까지 그리스의 섬 사모스의 폭군.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폴리크라테스와 동맹을 맺은 이집트의 왕 아마시스는 폴리크라테스에게 성공에 따르는 불운을 막기 위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폴리크라테스는 그 조언에 따라 보석이 박힌 반지를 바다에 던졌다. 그런데 며칠 후 한 어부가 큰 물고기를 잡아 왕궁에 바쳤는데, 폴리크라테스의 요리사가 생선을 손질하다가 생선 뱃속에 있던 반지를 발견했다.  폴리크라테스는 아마시스에게 자신의 행운에 대해 말했고, 아마시스는 그렇게 운 좋은 사람은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오히려 동맹을 끊었다. 




7) Solomon - (이 솔로몬인지는 모르겠음.) 성경 내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대명사가 된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아들이기도 하다. '지혜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잠언과 시를 짓고 예루살렘 성전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8) Austin - 4-5세기 경 초대 그리스도교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 주요 저서로 고백록이 있다.          



9) pint - 1파인트는 1갤런의 8분의 1로 미국에서는 0.47리터, 영국에서는 0.57리터에 해당한다.



10) gallon - 1갤런은 영국에서는 4.5리터, 미국에서는 3.8리터)



11) pound - 1파운드는 1온스의 16배로  453.592그램에 해당한다.



12)  고대 그리스어로 '씁쓸하면서도 달콤한'이라는 뜻이다.



13) trines, sextiles, then quartiles and oppositions - 점성술 이론에서 행성들의 위치에 따라 만들어지는 각도를 뜻하는 듯하다. Trine(120°),  Sextile(60°), quartiles(90°), Conjunction(0°)   




14) Paul -  초기 그리스도교의 최대의 전도자이자 최대의 신학자. 



15) Seneca - 1세기 경 로마 제정 시대의 정치가이면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다.    



16) 온도계 발명에 대한 17세기 문서에 '온도계 튜브에 선을 그을 때 철학자들에 따라 이를 8도로 나누고'라는 구절이 있다.    



17) Aurelianus - 3세기 경 로마 황제. 전임 황제 클라우디우스 고티쿠스가 전염병으로 사망하자 군대의 추대를 받아 곧바로 황제로 즉위했다.



18) Melancthon - 16세기 경 독일의 루터교 개혁가. 마틴 루터의 협력자였으며 교육 개혁에 일조하였다.



19) Galen - 2세기 경 활동했던 의사로, 1000년 이상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의학의 황제라고 칭송되었다.     



20) Bauhines - 누군지 찾지 못함.



21) Plater - 16세기경 스위스 의사



22) Vesalius - 16세기 경 프랑드르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



23) Falopius -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성직자이자 해부학자, 의사. 



24) Laurentius - 3세기 경의 로마의 기독교 성인으로 초대 교회의 3대 성인 중 한 사람. 불쌍한 이들이 모두 교회의 보물이라고 말했다가 총독의 노여움을 사 뜨겁게 달구어진 철망 위에서 죽었다. 



25) Remmelin - 16-17세기 경 물리학자. 여러 작품의 작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하다.



26) Wecker - 누군지 찾지 못함.



27) Fernelius - 16세기 경 프랑스 의사로, 신체 기능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생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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