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45)
로버트 버턴
해부학적 스케치 (17세기 초)(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SUBS. II.
신체(Body), 체액(Humour), 원기(Spirit)의 구분
신체(Body)의 부분들은 다양하게 구분됩니다. 가장 정평이 나있는 것은 히포크라테스①의 글에 나오는 로렌티우스②의 구분입니다. 그것은 포함된 부분과 포함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포함된 부분이 체액이며 또한 원기입니다.
체액(Humour)은 육체의 액체 혹은 유동성 있는 부분으로서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 신체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선천적으로 우리와 함께 태어나며 또한 우연적으로 습득됩니다. 어떤 이들이 캄비움③이라고 부르는 근본적이고 선천적인 체액은 자양분에 의해 매일 공급되며,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로스(Ros)④와 글루텐(Gluten)⑤이라는 2차 체액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간의 첫 번째 혼합물로부터 나오고 처리되는 4가지 기본 체액⑥을 유지하기 위해서 후천적으로 습득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미⑦가 제외되는 것이지요. 어떤 이들은 체액을 유익한 것과 배설물로 나누기도 합니다. 히포크라테스①의 글에서 크라토⑧는 이 네 가지 체액은 모두 배설물이 아닌 즙이 되며, 그 어떤 생물도 이것 없이는 살아있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네 가지 체액은 피 안에 다 같이 섞여 있지만 각각 여러 가지 특징으로 서로 구분되며, 멜란히톤⑨이 그것들에 대해 말한 것 같은 우발성, 병듬, 혹은 병적 체질과도 구분됩니다.
피(Blood)는 뜨겁고, 신선하고, 온화하고, 붉은색의 체액으로서 장간막 정맥⑩들에서 준비되고 간에 있는 유미⑦의 가장 온화한 부분에서 만들어집니다. 그 역할은 몸 전체에 영양을 공급하고, 힘과 생기를 주고, 몸의 모든 부분에 뻗어있는 정맥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원기는 심장에서 먼저 생성되고 후에 동맥을 통해 나머지 신체 부분에 전달됩니다.
점액(Pituita, or phlegm)은 차갑고 습한 기질로 간에 있는 유미⑦의 (즉 위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에서 나오는 하얀 즙의) 더 차가운 부분에서 만들어집니다. 그것의 역할은 혀처럼 신체의 부분들이 움직일 때 지나치게 건조해지지 않도록 그것들에게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담즙(Choler)은 뜨겁고, 건조하고, 쓴 맛이 나며 유미⑦의 더 뜨거운 부분에서 생겨나 쓸개에 모입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체온과 감각을 돕고 배설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울증(Melancholy)은 차갑고, 건조하고, 걸쭉하고, 검고, 신맛이 나며, 영양분의 더 탁한 부분에서 생성되어 비장에서 정화됩니다. 울증은 다른 두 개의 뜨거운 체액인 피와 담즙에 굴레를 씌워 그것들을 피 안에 보존하고 뼈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이 네 가지 체액은 네 가지 원소, 그리고 인간의 네 가지 시기와 유사합니다.
이 체액들에 소변과 관계된 혈청(Serum)과, 땀과 눈물 같은 세 번째 혼합물인 배설의 체액(Excrementitious humour)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원기(Spirit)는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증기입니다. 그것은 정신의 도구로서 피에서 발현되어 사람의 모든 활동을 수행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육체와 정신의 공통된 유대, 혹은 매개체라고 생각하며, 파라셀수스⑪처럼 네 번째 원기⑫ 그 자체라고 믿기도 합니다. 멜란히톤⑨은 원기가 심장에서 발생한다면서 심장이 바로 원기의 원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중에 뇌로 전달되면 그것들은 다른 성격을 갖게 되지요. 이러한 원기들은 세 가지 중요한 부분인 뇌, 심장, 간에 따라 자연 원기(Natural Spirit), 활력 원기(Vital Spirit), 동물 원기(Animal Spirit)로 구분됩니다. 자연 원기는 간에서 생성되어 정맥을 통해 분배되며 자연적인 활동을 수행합니다. 활력 원기는 심장에서 만들어지며 동맥을 통해 몸의 모든 부분으로 운송됩니다. 만약 이 원기가 멈추면 생명 역시 멈춥니다. 실신이나 졸도처럼요. 활력 원기로 형성된 동물 원기는 뇌에서 자라난 뒤 신경에 의해 신체의 하위 부분들로 확산되며 그들 모두에게 감각과 활동을 부여합니다.
SUBS. III.
유사한 부분들.
포함하는 부분⑬은 좀 더 견고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동질적이거나 이질적이며, 유사하거나 유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들을 나누었지요. 유사하거나 균질한 것은 물이 물이 되듯이 나뉘어도 여전히 동일한 성질의 부분들로 갈라집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자가 되고, 몇몇은 살이나 육체가 됩니다. 정자는 씨앗에서 즉각 생성되는 것과 같고, 살이나 육체는 뼈, 연골, 인대, 막, 신경, 동맥, 핏줄, 섬유 또는 끈, 지방입니다.
뼈(Bone)는 건조하고 단단하며 씨앗의 가장 두꺼운 부분에서 생겨나 다른 신체 부위들을 튼튼하게 하고 지탱해줍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 몸에 304개, 또 어떤 사람은 307개 혹은 313개의 뼈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들은 신경이 없으므로 감각도 없습니다.
연골(Gristle)은 뼈보다 부드럽고 다른 부분들보다는 단단하며, 유연하고, 움직이는 부분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인대(Ligament)는 보조 힘줄과 함께 뼈들을 서로 연결하고 다른 신체 부위들에 뼈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막(Membrane)의 역할은 몸 전체를 덮는 것입니다.
신경(Nerve)은 바깥쪽이 막으로 되어 있고 안쪽은 골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들은 뇌에서 나오며 감각과 운동을 위해 동물 원기⑭를 운반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더 단단하고 또 일부는 더 부드럽습니다. 부드러운 쪽이 감각을 담당하며 모두 7쌍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신경입니다. 두 번째는 눈을 움직이게 합니다. 세 번째 쌍은 맛을 볼 수 있도록 혀를 담당합니다. 네 번째 쌍은 맛을 볼 수 있도록 미각을 담당합니다. 다섯 번째는 귀에 속해 있습니다. 여섯 번째 쌍은 가장 범위가 넓으며 거의 모든 내장들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곱 번째 쌍은 혀를 움직이게 합니다. 더 단단한 힘줄(Sinew)은 등의 골수에서 나오며 내부의 운동을 담당합니다. 거기에는 30개의 조합이 있는데 7개는 목, 12개는 가슴 등과 같습니다.
동맥(Arteries)은 길고 속이 비어있으며 활력 원기⑭를 전달하기에 적당한 2개의 피부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길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아보기 위해 해부학자 베살리우스⑮는 사람을 산채로 해부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동맥은 심장의 왼쪽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크게는 대동맥(Aorta)과 정맥류(Venosa)⑯라는 2개의 부분으로 나뉘며 나머지들은 여기에서 파생됩니다. 동맥은 몸의 뿌리로서 몸 전체를 담당합니다. 정맥류는 폐로 가서 공기를 가져와 심장을 냉각시킵니다.
정맥(Vein)은 파이프처럼 속이 비어있고 둥근 모양입니다. 간에서 발생하여 피와 자연 원기⑭를 운반합니다. 그것은 모든 신체 부위에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정맥에는 두 개의 주요 부위가 있는데 문맥(Vena porta)⑰과 대정맥(Vena cava)⑱입니다. 거기에서 몸 전체의 피들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문맥은 간의 오목한 부분에서 나오는 정맥으로 장간막 정맥⑩들이 이곳에 모입니다. 이를 통해 위와 내장에서 유미⑦를 가져와 간으로 전달합니다. 대정맥은 몸의 모든 부위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간으로부터 피를 끌어냅니다. 뻗어나가는 문맥의 가지들은 장간막과 치질입니다. 대정맥의 가지들은 안쪽과 바깥쪽에 있습니다. 안쪽은 정액이나 유화제이고, 바깥쪽은 머리, 팔, 발 등에 속하며 여러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섬유(Fibrae)는 희고 단단한 끈으로서, 똑바로, 사선으로, 혹은 횡축으로 모든 신체 부분에 퍼져 있으며 여러 용도로 사용됩니다. 지방(Fat) 역시 비슷한 부분인데 촉촉하고, 혈액이 없고, 혈액 중 가장 걸쭉하고 기름기 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피부(Skin)는 몸의 모든 부분을 덮고 있으며 각피인 바짝 마른 부분도 약간 있습니다. 살(Flesh)은 부드럽고 불그스레하며 응고된 혈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Hippocrates -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의사. 우울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진찰하고는 미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게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반대로 데모크리토스가 너무 웃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진찰을 받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데모크리토스가 미친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2) Laurentius - 누군지 찾지 못함.
3) cambium - 라틴어로는 '교환'이라는 뜻이며 영어로는 '형성층' '부름켜'라는 뜻이 있으나 명확하지 않다.
4) ros -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라틴어로는 '이슬'이다. 암유전자 중에 ros유전자라는 것이 있는 듯한데 이 단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5) gluten - 식물의 종자 속에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질의 혼합물. 당과 지질을 함유하고 있다.
6) 4체액설은 기원전 5세기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4원소설은 우주가 흙, 공기, 물, 불인 4가지 기본 원소와 이 원소들의 여러 가지 비율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후, 사람의 몸 역시 이 4가지 원소에 해당하는 4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 발전하였으며, 이 원소들이 균형 잡힌 상태가 건강함이라고 여겨졌다. 이 원소들은 각각 다른 성질이 있으며 사람마다 한 원소가 중심을 이루면서 이것이 체질이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이 4체액설을 발전시켜서 일종의 액체병리학을 만들어냈다.
"인체는 흑담즙, 점액, 황담즙, 혈액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들이 혼합되는 힘이나 양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다. 이 4가지 체액은 각각 4계절과 '공기, 물, 흙, 불'의 4원소, '습, 건, 냉, 열'의 4가지 성질과 관계가 있다."
각각의 체액에는 관련된 장기가 있다. 혈액은 심장에서, 점액은 머리에서, 담즙은 담낭에서, 물(후에 흑담즙으로 바뀜)은 지라에서 만들어진다. 이 체액들은 음식물을 통해 항상 새로 보충되기 때문에 영양이 중요하다. 질병은 체액이 남거나 모자라는 경우, 체액이 굳거나 녹아 다르게 변질된 경우, 몸이 충격을 받거나 피로한 경우에 생긴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는 4가지 체액을 피, 점액, 담즙, 울증으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울증은 원문에 'melancholy'로 표기되어 있어서 책의 다른 'melancholy' 단어처럼 우울이라고 번역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우울과 체액의 우울을 구분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체액의 우울을 울증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우울과 울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것 같아 오해의 여지가 있다. melanchol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검다'는 뜻인 멜랑(melan)과, 쓸개즙이라는 뜻인 콜리아(cholia)에서 유래한다.)
7) chylus - 소화된 지방이 암죽관 속에 흡수된, 젖 빛깔의 림프액.
8) Crato - 누군지 찾지 못함.
9) Melancthon - 16세기 경 독일의 루터교 개혁가. 마틴 루터의 협력자였으며 교육 개혁에 일조하였다.
10) mesaraic veins - 위창자관을 배벽에 고정하는 두 겹의 복막 사이를 지나가는 혈관
11) Paracelsus - 15-16세기 경 의사이자 연금술사. 마술과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의학과 화학의 기초를 세웠다.
12)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이론에 대한 언급이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 '영혼'이라고 번역하는 듯한데 보통 '영혼'이라는 단어는 육체와 구분되는 인격적 실체를 지칭하는 기독교식 표현이기 때문에 나 개인적으로는 본문에서 '원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 동물, 인간에 해당하는 세 가지 유형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생장 영혼은 식물에 해당하는 영혼으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재생산하는 단계의 영혼이다. 둘째, 감각 영혼은 동물에 해당하는 영혼으로 자발적인 동기와 활동, 감각적인 능력, 다시 말해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영혼이다. 동물과 사람이 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 셋째, 이성 영혼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영혼으로 합리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영혼이다. 인간은 식물 영혼, 동물 영혼, 인간 영혼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가장 높은 단계인 인간 영혼이 고양될 수 있도록 나머지 두 개의 영혼을 다스려야 한다.
13) 이것은 이 페이지의 가장 앞 쪽에 나왔던 문장 "가장 정평이 나있는 것은 히포크라테스의 글에 나오는 로렌티우스의 구분입니다. 그것은 포함된 부분과 포함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의 연장선이다. 앞 쪽에서는 '포함된 부분'을 다루었으며 여기서는 '포함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14) 앞의 '원기' 부분에서 나왔던 자연 원기(natural Spirit) 활력 원기(Vital Spirit), 동물 원기(Animal Spirit) 중 하나.
15) Vesalius - 16세기 경 프랑드르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
16) Venosa를 정맥류로 (바로 밑에서 Vein을 정맥으로 번역하고 있음) 번역하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음.
17) Vena porta - 척추동물의 위, 창자, 이자, 지라의 모세관을 돌고 온 정맥의 피를 모아서 간으로 나르는 굵은 정맥.
18) 대정맥 - 온몸에서 모인 혈액을 심장의 오른심방으로 보내는 혈관의 본줄기.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