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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곡가 초이 Dec 14. 2020

구해줘 홈즈, 코로나시대 집 구하기


- 구해줘 홈즈, 코로나 시대 집 구하러 다니기 -


여러 사정으로  내년에 입주하기로 한  분양받은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갑자기 집을 구하게 되었어요.




"구해줘 홈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최근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전세와 월세도 너무 올랐더라고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분양이 많아서 물량도 많고, 매수자나 세입자들의 선택이 많았던 지역인데...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이 두 배 가까이 올랐네요. 

월세는 거의 씨가 마르고, 전세도 매매가를 반영해 가파르게 상승했어요.

내년에 아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얼른 움직여야 할 상황이었지요.



 지난 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이틀 동안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어요.

코로나 시대, 특히나 요즘 확진자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여러 집을 보러 다니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서로가 부담스럽겠죠. ㅎㅎㅎ)

그렇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니 최대한 조심하면서 다닐 수밖에 없었지요.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과 이틀 동안 집을 보러 다니는데,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오늘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저희 세 식구는 모두 방역 마스크 KF94를 단단히 쓰고, 손소독도 다하고, 다소 비장하게 갔어요. 

(아이를 어디에 맡을 곳이 없었기에 아이까지 데리고 다녀야 해서 아이에게 미안하더라고요.)



로얄동 로얄층


중개소 사장님과 맨 처음  보기로 한 집입니다.


로얄동 로얄층.



중개소 사장님이 

" 이 집 주인분은 매우 예민하세요. 마스크 잘 쓰시고, 집안에 들어가서는 말씀 아예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어요."

" 아!!! 네..!!"

주인분이 문을 열어 주셨는데,

 "말은 아예 하지 말고, 집만 보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니... 마음이 영 불편해서 집을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더라고요. 

깔끔하고, 향과 층 모두 훌륭한 집이었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지 집이 좋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우리 집 꼬맹이는 들어가서 궁금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묻는데, 주의시키느라 진땀이 나더라고요.

서둘러 집을 훑어보고는 얼른 나왔어요.





여기도 로얄동 로얄층


공동 중개하는 집이었는지, 중개소 사장님 두 분이 동행했어요.


"아, 맞다. 집주인분이 비닐장갑 끼고 오라고 했는데...!"

이윽고 문이 열리니, 집주인분이 

" 왜 이렇게 많이들 오셨어요?" 


저희 세 식구만 들어갔어요. 집주인분이 집을 친절하게 소개해 주셨어요.

여긴 말해도 되네요. ㅎㅎㅎ 이전 집보다 편하게 느껴졌어요.

층과 향 모두 훌륭한 집이었어요.

주말이라 식구분들이 다 계셔서 집안을 자세히 보긴 좀 민망했지만, 그래도 이전 집보다는 자세히 보고 나왔어요.

(특히 사춘기 자녀가 있는 집이라, 불을 끄고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아서 문 두드리고 양해 구해서 방 구조를 봤네요)



여기는 비선호동


그리고, 또 다른 집.

비선호동에 위치한 매물이었어요.

이분들은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우리 아들, 딸, 이 집에서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 6개월 만에 떡~ 하니 붙었어요"

"이 집은 터가 좋아서 잘 되는 집이에요"

"저희 이 집 말고도 다른 집도 사고, 이 집 기운이 아주 좋아요!"


친절히 대해 주셔서 편하게 보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집은 아니었죠.



여기는 공실


 이 집은 공실이었어요.

비로써 마음 편하게 집을 봤어요.

비어있는 집이니 말도 해도 되고, 중개소 사장님한테 궁금한 것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집도 세밀히 들여다보고...

가장 제대로 집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은 분위기가 참 다른 것 같아요.



 이렇게 이틀 동안 위의 나열한 집 말고도  다양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집을 선택했고요.




코로나 시대에 집을 구한다는 것



 코로나 시대에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니, 

집을 보여주는 분들도, 

집을 봐야 하는 사람들도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어요.

모두가 예민하고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조심하는 것이 유난히 까탈스러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예전과 달라진 상황에 서로 불편한 상황에서 집을 보여주고, 집을 봐야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한다는 건  참 즐겁고 설레는 일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코로나로 인해 집을 구하는 풍경도 많이 달라졌네요.


코로나 시대에 집을 구한다는 것, 쉽지 않네요.

특히, 아이 데리고 집 보러 다니면서요... ㅎㅎㅎ

이 어려운 시기에 집을 구하시는 분들, 그리고 집을 매도하시는 분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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