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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곡가 초이 Jul 22. 2020

어쩌다 외동 맘, 저는 아이 하나로도 충분하답니다

외동아이 키우기, 전지적 외동 맘 시점, 오지라퍼정중히사양


 

저는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아이가 외동이라 외롭겠어요."

"둘째 계획은 없나요?"

"늦기 전에 얼른 하나 더 낳아요!"

"저출산으로 나라가 어렵다는데, 둘은 있어야죠."

"아이 하나는 그렇게 안 힘들죠?"

"시부모님이 하나 더 낳으라고 안 그러세요?"

"좀 있으면, 동생 없다고 낳아 달라고 할 텐데"

"..."


정말이지, 너무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입니다.

상대방은 아무 뜻 없이 지나가는 말로 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저는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자녀 계획은 부부의 사적인 부분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외동 맘인 저만 보면 처음 보는 분도 그렇게 아는 척, 간섭을 하십니다.ㅎㅎㅎ

저와 친분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저의 상황에 대해 조금 설명드리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표정으로 엄살이 심하다 라는 표현까지 하십니다. 



 아이가 조금 투정을 부리거나 떼를 쓰면, 동생이 없어서 애기같이 군다고 얼른 동생 낳아줘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외동은 고집도 세고 저만 아니깐, 동생이 있어야 양보할 줄도 알고 사회생활 잘한다 라며 한마디 더 붙여서요.

"아니, 그런 이유로 아이를 더 낳아야 하나요? 키워 주실 것도 아니면서...!!!"라고 속으로만 말했었지요.


 


 저희 부부도 맨 처음엔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꼬맹이를  출산하고,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을 뻔했지만, 자연 유산되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고생을 했었지요.

비빌 언덕 없이, 남편과 단둘이서 까칠하고 예민한 기질의 우리 꼬맹이를 키우느라, 

자연스레 둘째에 대한 생각을 접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예민하고 까칠한 기질인데, 아이가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더라고요. 둘 다 똑같은 기질이라 서로 너무 피곤한 거였습니다;;;)

그러다가 꼬맹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저도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육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어요. 

무엇보다 육아가 쉽지 않은 것을 깊이 깨달았고, 우리 부부에겐 아이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산후우울증도 심하게 겪었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기와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고, 혼자서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그 모든 시간을 감당하는 게 버거울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울었던 적도 많았었지요.

남들 다 키우는 애 키우는데, 왜 너만 그러냐고 하실 수도 있죠.

나는 애들 셋도 어렵지 않게 키웠는데, 거참 유난 떤다...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아이 키우는 것은 숫자에 상관없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저는 육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 말로는 육아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ㅋㅋㅋ)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이지만, 모든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고 나면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 오는 시간만 기다리고, 퇴근이 늦는 날에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받는 육아의 강도는 다릅니다.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고, 너만 왜 그러냐고 핀잔주고 비난할 때 많은 엄마들이 산후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갑니다. 



 결혼하면 아이 낳고, 잘 기르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당연한 것이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때론 훌쩍이며 눈물 콧물 흘리며, 못난 엄마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래도 내 손으로 아이를 키웠고, 지금도 키워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막막하고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밝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저도 조금은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이렇게 불량한(?) 엄마 품에서도 내 아이는 잘 자라 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꼬맹이는 아직까지 동생 낳아 달라는 말 없이, 많은 사랑을 가르쳐 주는 사랑둥이로, 

저희 부부의 큰 기쁨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외동이던, 다둥이던,  부부들 마다 자신들의 생각과 상황에 따라 자녀 계획을 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 계획 없으시다면, 그것 또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세상의 통념과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은 지금 너무 즐겁게 서로를 아직도 알아가고, 배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요?

물론, 신이 저희에게 아이를 더 주실 수도 있겠죠. 그때는 또 다른 상황을 받아들여야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나라서, 안쓰러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쩌다 외동 맘, 

하지만 저는 아이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하답니다.

앞으로 오지라퍼들의 조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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