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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샤이욱 Aug 19. 2020

열정과 패기가 밥 먹여 줄까?

사원 시절 죽어도 지킨 다섯 가지 행동

사원에게 열정과 패기만 있으면 됩니까?


입사가 확정된 사람에게 하는 질문이라면 저는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것입니다.


저는 직장인 시절, 운 좋게도 상사들에게 밉보이지 않는 직원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잘한 것은 아닙니다. 신입사원 시절 직장인의 기본일 수 있는 엑셀과 파워포인트와 같은 오피스 실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요.

곰곰이,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니 사원 시절 저는 딱 다섯 가지는 필사적으로 지켰던 것 같습니다.

그 다섯 가지,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출근

혹시 예상하셨나요? 그렇다면 사원 시절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이 없었나?

실은 딱 한 번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을 계기로 저는 변할 수 있었습니다. 입사 1개월 차. 1년 차, 10년 차도 아닌 1개월 차에 있었던 일입니다.

첫 월급을 받은 날, 가족을 위해 약 60% 사용하고 나머지는 친구들에게 '월급턱'을 냈던 날입니다. 다음 날이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놀던 저는,, 다음 날 눈 뜬 시간이 오전 11시 반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부재중 18통과 문자 1통.

(부재중이 왜 18통이었는지는 상상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만둬야 하나? 가서 무릎 꿇어야 하나? 아파서 쓰러진 걸로 할까?'

별별 생각을 하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지점장님과 선배들이 저를 보자마자 한 말은,

"좋은 점심! 야, 괜찮아! 웃어 임마!"

채찍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당근을 받은 뒤로 저는 단 한 번의 지각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 메모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희한하게 귀가 잘 안 들립니다.

익숙지 않음과 긴장에서 오는 현상인 셈이죠. 저는 최대한 적었고, 정말 알아듣지 못할 때는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 메모를 들고 직속 선배를 꾸준히 괴롭혔더니 어느 순간 귀는 뚫렸고, 메모는 습관이 되어 업무 누락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속 선배가 착했냐고요? 정말 무뚝뚝하고 무서운 선배였는데, 딱 1년 지나서는 가장 친한 선배가 되었습니다.

(사원 시절 다이어리는 제가 처분한 관계로, 최근 메모들을 공개해 봅니다..!)


3. 메일 확인

메일함 무조건 0 만들기.

신입사원 때는 메일이 별로 오지 않지만, 어느 정도 업무에 적응하고 나면 사내/외로부터 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늘어나게 됩니다.

메일함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날 할 일을 마무리하고, 발생 가능한 일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상황 상 회신은 못하더라도 확인하고 인지하는 것 자체만으로 내일이 덜 불안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인이 확인한 메일이 팀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선배들에게도 알려준다면 효과는 더욱 좋습니다.

어느 순간 선배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을 테니까요.


4. 보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든 없든 사수에게 보고하는 것.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결과 보고를,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의논을 해야 합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해보는 것도 좋으나, 반드시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합니다.

'될 때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에 애쓰다가 기한을 놓치면 '하고도 욕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혼자 해도 되는 일일 때 적용해야지 무조건 될 때까지 하는 것을 적용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사원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도움 청하고 배우는 것이 사원의 권리입니다.


5. 책상 정리

'컴퓨터만 있게 하라' 이런 것 아닙니다. 일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누가 생각해도 책상에 있어야 할 것들만 있으면 됩니다.

책상이 지저분해질 수 있는 상황은 분명 발생하게 되어있습니다.

업무 관련 서류도 있지만, 선배들 물건이 아니면 전부 막내에게로 오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하나하나 쌓아두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내 책상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난잡한 책상을 보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요?



이상 제가 죽어도 지킨 다섯 가지 행동입니다.

다른 것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는 제가 퇴사할 때까지 유일하게(?) 지켜낸 항목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출나게 퍼포먼스를 일으키거나 성과를 내야 하는 항목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다면 상사에게 인정받는 길은 열려있습니다.


열정과 패기는 면접에서 임원진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같이 일할 동료들에게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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