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中
타인에게 '조언을 잘해주는 친구'가 있고,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두 친구 모두 좋은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 연락하게 되는 사람은 다르다.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는 조언을 잘해주는 친구가 도움이 된다.
내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거나 의욕이 떨어졌을 때는 나를 다잡아 줄 수 있는 말을 해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힘들고 지쳐서 위로가 필요할 때는 잘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사람은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하는데, 상대방이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까지 해준다면 위로를 넘어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 차분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을 더 잘한다.
말하는 것은 내가 참지 않아도 되지만, 듣는 것은 내가 참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참고 싶지 않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속상해서 그것을 풀려고 하는데, 상대방 역시 참지 않고 같이 풀어낸다면 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추가해서 돌아가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인 시절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중 하나다.
본부 내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고, 업무 상 영업사원들과 부딪힐 일이 많았던 나였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후배들이 많아졌다.
여러 명과 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1대 1이나 소규모로 식사하는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1년 차 미만 신입사원들, 2~3년 차 사원들, 4~6년 차 사원/대리들. 연차는 다르지만 각자만의 고민, 스트레스가 있고 불만 또한 다양했다.
다행히도 그들에게 내가 업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선배와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으니깐.
직장을 그만둘 때 많은 후배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한마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와의 자리가 단순 회사생활에 그들만의 '생존전략'만은 아니었단 걸.
누구나 살아가면서 위로받고 싶고, 위로받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누군가가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면, 그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언제 내가 위로받고 싶고, 위로받아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