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불행의 조건
행복의 조건은 곧 불행의 조건이란다. 어떤 이유로 행복하면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불행해질 것이므로. 어려서 행복하면 나이 드는 게 두렵고, 돈 때문에 행복하면 돈 때문에 절망하듯이. 빈손으로 행복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 무엇도 자기 행복을 망칠 수 없도록.
뭐가 많이 필요한 취미는 멋이 없다. 채도, 옷도, 신발도, 시간도, 사람도, 장소도 필요한 골프 같은 것. 준비물이 너무 많아서 그저 나는 허수아비고, 정작 골프를 치는 건 허수아비 같은 내가 아니라 그 많은 준비물인 것만 같다. 이유가 있는 행복이 그러하듯 뭐가 ‘많이’, 그것도 ‘꼭’ 필요한 일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가슴 졸이게 한다. 얼마나 마음이 부풀어있든 갖추지 못 한 게 하나만 있어도 돌아서야 할 것이므로. 많고 많은 리스트 앞에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다.
반면 걷기나 러닝, 요가, 수영 같은 일은 얼마나 반짝이는지. 마음만 먹으면 때가 언제든 그곳이 어디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좋다. 스쳐 지나는 일상에서 시를 띄울 수 있는 사람. 악기를 다루는 사람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 여행을 떠날 땐 짐이 가뿐한 어른이고 싶다.
사랑을 한다면 둘이면 충분하다. 아이가 있어야 완성되거나 강아지가 있어야 충족되는, 삼각형과 사각형의, 남들이 말하는 그런 ‘완벽한’ 가정 같은 것 말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나는 종종 이기적인 사람이 돼버린다. 자신만 아는 제멋대로의 사람이, 희생할 줄 모르는 욕심쟁이가 돼버린다. 도형도 못 되는 점처럼 최소한만 바라는 내가. 나를 오해하는 사람은 내 이야기를 듣는 대신 나를 갖고만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