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공부에 때가 있다는 말이 이 말이구나.
손 놓고 있던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단어장이 가장 먼저 집어 든 책이었다. 모든 언어 공부의 시작은 단어 암기라 생각하는 편이라 나로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정말 심각하게 절망적인 감정을 느끼는 중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 공부하던 느낌과는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정확히 뭐라 콕 집어 말할 순 없는데, 단어를 외워도 머릿속에 희미하게 맴돌기만 한다 해야 하나? 진도 나가기가 힘들고 꾸역꾸역 진도를 나가도 어제 외운 단어가 가물가물했다.
큰일이었다. 내가 앞으로 공부할 것들에 비하면 지금 단어 외우는 건 정말 새발의 피인데 벌써부터 난관이라니. 아직 뾰족한 수를 찾은 건 아니고, 오늘 외운걸 내일 절반가량 잊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고 진도가 다 나가면 다시 day1부터 외우기로 했다. 이걸 무한 반복하면 언젠간 다 외울 수 있겠지란 마음으로.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연습 때 어떤 생각으로 임하냐는 VJ의 질문에 김연아 선수가 '아무 생각 안 하고 그냥 하는 거죠 뭐.'라며 무심하게 대답했던 게 떠올랐다. 그냥 해야 해서 하는 것. 나도 왠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 걱정도 의심도 하지 않고 그냥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늦게 시작했고 남들보다 부족한 게 많을 테니 남들보다 2배, 3배로 노력하면 언젠간 되겠지.
P.S.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보니 관심 없던 필기구에 다시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구매하게 된 만년필. PARKER 제품으로 저렴하게 생애 첫 만년필을 구매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필기감도 너무 좋고 만족스러웠다. 혹시 누군가 나처럼 공부가 힘들다면, 필기구로 기분 전환해보는 건 어떨지. (오늘의 자기 합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