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것이 전환(transition)일진대, 그게 말처럼 그리 간단할 리가 없다. 몸에 밴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고 이에 따른 습성과 생각과 태도를 뒤집어엎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 사고에서 생태적 스펙트럼으로 생각의 크기를 확대하고 생각의 깊이를 질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인간이라는 종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작고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말로 떠드는 이론적 탐구가 아니라 작더라도 밖에 나가서 하나씩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탄광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들의 삶을 기록한 르포 문학의 백미로 인정받는, 조지 오웰이 저술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산업문명의 기반이 석탄에 있다고 본 그의 시각은 탁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오웰조차 가정의 난방과 공장의 기동과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의 무궁무진한 기능에 탄복할 뿐 그 석탄이 100여 년 후에 기후 위기와 생태계의 파괴의 주범이 되리라고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어떻든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것의 해결사요, 구세주였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오늘날 모든 환경파괴와 기후재앙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인류 생존의 기준이 되는 기온 2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와 핵연료 같은 경성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같은 연성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 문제가 당장의 인류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즉 ‘성장 중심이 탄소 기반 에너지 사회’에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에서 ‘탄소 중립’ 또는 심지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하나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에너지 시스템 전환은 우리 일살 생활의 기초가 되는 전력, 운송, 건설, 폐기물, 음식 생산 등 전반적인 체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천, 통제, 제도, 정보, 문화, 경제적 네트워크의 집합체를 포함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전과 같은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지역 분산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역 에너지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사회적 외부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방 원전 전기를 서울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고압선으로 지방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일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밀양 할머니’들의 고단한 투쟁 같은 것이 없어진다.
주택 태양광 사업은 이미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집에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한전에 되파는 개인 전기업자도 많이 생겼다, 이제 각 시군별로 에너지협동조합이 하나 이상씩 설립되어 전기 생산을 하고 있다. 지역 에너지는 에너지 문제에 대하여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결정하게 되어 에너지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이고 지역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에너지 생산 활동에 참여하여 생산자가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 생산에 투입된 비용이 지역 안에서 순환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지역 에너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의 향후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오죽하면 기후시민, 에너지 시민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정치적 자유와 권리의 획득과 행사라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시민성(citizenship) 개념을 확대하여 200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 시민성(energy citizenship)이라는 개념이 출현하였다. 에너지 시민성은 생태시민성과 과학기술 시민성의 지향과 원칙을 공유하되, 민주주의를 에너지 영역으로 심화, 확장하면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민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동체 에너지의 문제가 핵심이다.
1930년대 조지 오웰의 표현방식을 그대로 패러디한다면 현대문명은 콘크리트와 전기에 기초한 사회이다. 현대 인류 위기의 탈출은 콘크리트 문명과 화석 연료 전기 문화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은 현재 1호기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2호기와 3호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아무튼 기후위기는 우리가 피해 갈 수 없는 당면 문제이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과 소비를 과감하게 전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