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을 보고
영화 <거미집>은 성공적인 데뷔작 이후, 악평에 시달리던 한 감독이 완성된 영화의 결말을 바꾸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현대라면 투자자의 허락이 있으면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는, 검열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온갖 난관을 마주하게 되고 수많은 극적인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의 완성도는 솔직히 좋지 않다. 온갖 갈등 상황 속에서도 ‘영화는 계속 되야 한다’는 말을 외치는 감독의 모습은 일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거미집>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처럼 끝까지 가는 영화가 아니다. B급 무비를 꿈꾸는 듯 하나 그 지점에 이르지 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히 즐길 상업 영화가 되기엔 구멍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창작자의 닿을 수 없는 최고의 작품에 대한 고뇌의 상징들에서 온다. 결말을 재창조하겠다는 감독의 마음은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감독의 꿈에서 시작된다. 감독의 머릿 속에 떠오른 그 완벽한 작품. 그 작품을 향한 열망이 감독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제작 과정을 보면, 그 꿈은 허망한 것임이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의문스러웠던 부분은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의 촬영 방식이었다. ’거미집‘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나오는 ‘플랑 세캉스(원 씬 원 컷)’ 씬을 제외하고는 픽스된 카메라로 촬영된다. 그러나 중간 중간 삽입되는 영화의 모습은 어떠한가. 분절된 샷들이 유려하게 이어지는 장면들은 ‘거미집’의 촬영 상황과 불일치한다. 어쩌면 그 영화의 모습 또한 실제가 아닌 감독의 꿈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고정된 카메라는 의도된 장치라고 본다.
결국 이 작품은 모든 창작자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꿈의 작품‘을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감독은 재창조한 작품을 통해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럼에도 감독의 ’꿈‘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영화의 장면들은 실제로 촬영된 장면이 아닌, 감독의 상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순간, 감독의 모습이 그토록 고독해보이는 것은 재시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꿈을 마주한 탓일 것이다. 아쉬움이 남음에도 어쩐지 애정이 가는 영화라 오랜만에 리뷰를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