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보고
이 작품은 버텨내고 존재해온 '광주극장'과 버텨내고 존재해온 '인디 가수'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이 핵심인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나는 공간을 기록한 것의 가치에 주목하고 싶다. 나에게 공간, 특히 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극장은 나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극장은 나에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체험시키고 나아가 그 체험은 내가 직접 겪는 경험만큼이나 내 삶을 변화시키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으로 옛모습을 유지한 광주극장에서 인디 가수들의 공연을 펼쳐낸다. 광주극장의 곳곳을 비추며 기록화한 이 영화는 비경험자에게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유경험자에게는 추억을 상기시킨다. 이 지점에서 결은 무척이나 다른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이 작품은 얼마 전까지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으로서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던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상기시켰다. 시민들과 학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철거되고만 '원주 아카데미 극장'. 그리고 정권이 바뀌며 문화예술계에 불어닥친 예산 삭감 이슈에 대해 생각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영화제는 존폐 위기에 처했다. K-컬쳐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입바른 소리와는 다른 정부의 행태를 생각했다.
이런 암흑의 시대에도 살아남아 버텨내고 있는 '광주극장'이 건재하길 바란다. 버텨내고 존재하기. 아름다운 말이지만, 나는 소중한 가치를 가진 존재들이, 공간들이, 사람들이 버텨내고 존재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버티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기간 그들이 안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