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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윤슬 Sep 08. 2020

[윤슬 칼럼] 코로나와 책

그 지긋지긋한 이름에서 멀어지다

뉴스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를 들은 지 이제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 이렇게 오래도록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오늘 하루에도 열 번이 넘게 울리는 재난 문자에 한숨만 깊어진다.  

다행히 요즘에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초창기만 해도 한 장에 천 원이 넘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잠잠해진다 싶으면 코로나라는 악마가 어디선가 “내가 쉽게 물러날 줄 알았지?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우리를 놀리듯 다시 퍼지고 또 퍼져 확진자가 생기곤 한다. 이 코로나와의 싸움은 언제 끝날까?     


코로나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코로나와 관련되니 책이 출간되었다. 나는 그 책을 보며 ‘이제 곧 코로나가 끝날 텐데 너무 유행 타는 책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굳이 나는 코로나 관련된 책을 기획하지 않으리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을 꾸중하듯 코로나는 곧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관련 책은 출간되고 있다. 온라인 몰에서 도서명으로 ‘코로나’를 검색하면 수많은 책이 검색된다. 주식, 종교, 과학, 경제, 경영, 교육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코로나 책이 출간되고 있다.      


거의 1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코로나가 이제 사그라든다 해도 그 후유증을 회복하기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꾸준히 출간되는 책들이 그 후유증을 극복하게 하는 지혜의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처음엔 유행 타는 책이 될 거라 생각했던 나도 이제는 그 책들에 한 권 씩 관심 가져 본다. 그리고 어쩌면 코로나가 아닌 다른 이름의 유행병 악마가 우리를 또 다시 괴롭히게 될지 모르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변에서 많이 묻곤 한다. 원래도 어려웠던 출판계가 코로나로 인해 더 어려워지지 않았냐고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으니 집에서 책을 많이 읽어서 출판 시장이 좋아지지 않았냐고. 물론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책이나 봐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대답하고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으면서 책 읽는 사람은 원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거야! 아마 책보다는 유튜브를 많이 보겠지!”


책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하루 이틀,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로 인해 여름휴가 제대로 가보지 못한 채 가을을, 또 겨울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 집에서 까만 활자를 보고 있느니, 차라리 순간 웃음을 주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어느새 가을 냄새가 창가로 들어온 오늘, 문득 나는 책장에 꽂힌 소설 책 한권을 빼내어 보았다. 아주 옛날에 출간된 책인데, 그 책이 오늘 마음에 들어왔다. 첫 장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예전에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땐 내가 왜 이 부분에 밑줄을 긋지 않았지 하면서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읽어 내려가면서 어느새 나는 코로나와 잠시 거리두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사람들과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매일 같이 울리는 재난 알람과 코로나 뉴스로 인해 코로나와 딱 붙어 살았던 나는 그 지긋지긋한 이름에서 멀어져, 다시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코로나가 우리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고,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그 이후의 세상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책이라는 매체가 그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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