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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한 책생활 Feb 26. 2024

더 많은 하지 않음, 포기를 발명하면서

정혜윤 《삶의 발명》, 녹싸 《좋은 기분》

다들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각종 잘하는 법과 추천 채널, 재테크, 육아, 교육 팁 말고. 매일, 오며 가며 듣는 음악, 팟 캐스트, 좋아하는 순간, 소소한 고민들, 목표 말고 취향과 꿈같은 것. 책으로 나오는 순간 죽은 지식이 되어버릴 ‘지금 여기의 생각들.’ 그런 게 궁금하다면 너무 한가한가.


플래너를 성실히 쓰고 있다. To do list 정도는 늘 기록했었는데 제대로 쓰면 뭐가 다르다고 하니 마음먹고. 새해 시작한 유료 모임에서 매일 플래너를 인증하는데, 다른 점은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 매일 상기한다는 점. 3주간의 피드백을 적고 나니 정말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도 잠시 들었다.


인스타그램 3년 꽉 채우고 떡상 콘텐츠 하나 없이 겨우 1만 팔로워가 됐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매일 변하는 평가 결과를 보지 않아서 정신 건강에 이롭다. 중요한 건 팔로워 늘리기보다 작고 미미할지라도 어떤 가치로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가가 아닐까. 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번 주는 남편 출장으로 정말 심적 체력적 여유가 없어 내내 집에서 보냈다. 지루하지만 매일 같은 루틴을 쌓아가는 기쁨이 있다. 달리기도 25일째 이어가고 있다. 겉보기엔 건조해 보이는 일상이라도 도파민만 나오면 재밌다는 깨달음도 새삼. 체중 조절이 목적은 아니지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있었..으나 보름쯤 지나자 몸이 빠진 만큼 칼로리 섭취를 필요로 한다. 늘어난 소비를 감당하려고 일 늘리는 느낌. 스스로 만든 굴레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


스타강사가 꿈인 유명 사립대 영교과 과탑 이야기를 들었다. J의 출산 휴가를 앞두고 모인 자리에서였다. 유명 사립대 영교과에서 강의하는 친구 E는 종종 요즘 대학생들 이야기를 해준다. 고시 준비하다 안 되면 학원 강사하던 우리 때랑 다르게 요즘 아이들의 꿈은 ‘스타강사’라고. 저마다 좋은 삶의 기준이 다르겠으나 어딘가 아쉬운 이야기. 그.러.나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자에게 길이 있나니, 스탠퍼드 나와서 대치동 간다고 눈총 받던 현우진 일타강사가 좋은 선례 아닐까. 내가 들어도 솔깃하게 말 잘하고 멋짐. 현생망 내 인생은 그렇다 치고 이제 시작하는 남매의 미래에 좀 이로운 엄마여야 할 텐데.


최근 월급쟁이 부자들에 출연한 손주은 대표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대치동, 좋은 대학, 대기업, 전문직 코스는 답이 아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때.


<요즘 것들의 사생활>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똑똑한 요즘 사람들 이야기는 좋은 자극이 된다. 최근 멋지다고 생각했던 케이스는 《좋은 기분》 의 저자 녹싸(박정수). 카이스트, 회사 생활을 거쳐 염리동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대표가 됐다. 채용공고를 위해 적기 시작한 소개글과 매뉴얼을 책으로 출간. 태도와 경영 마인드가 힙하고 딥하다. ‘좋은 기분’을 위해 인간은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 일전에 장기하 에세이 <상관없는 것 아닌가>에서 읽은 ‘사람들은 기분 탓이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 기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문장도 떠올랐다.


나 역시 ‘좋은 기분’의 선순환을 믿는다. 사실은 모두가 행복하고 싶으니까. 명상과 달리기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운영하시는 분들이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 팟캐스트도 추천드린다. (유튜브에도 있을 것 같다.)




《듣는 사람》 《새벽과 음악》 《삶의 발명》


좋아하는 박연준, 이제니 시인님 에세이가 출간돼 호들갑스럽게 구입했다.

책 그만 사려고 했는데. (허언..) 아쉽지만 서평 책부터 자제해야겠다고 생각. 《아무튼 메모》 때부터 무척 좋아하던 정혜윤 PD님의 《삶의 발명》도 뒤늦게 구입했고. 역시가 역시, 현기증 날 만큼 좋은 구절이 많았지만 지난 금요일 재발한 고질적 염증으로 병원 차례를 기다리며 읽은 문장을 옮겨본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 중 포기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


“나의 욕망 중 가장 큰 욕망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욕망이고,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본다. 나는 이 경이로운 마음들과 함께 멀리 가보고 싶다. 더 많은 하지 않음, 포기를 발명하면서.”


무엇을 포기하느냐, 그것부터 결정할 일이다.


#일기


@luv_minyun_

2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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