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가지에 빠지면
한 곳만 미친 듯이 파는 습관이 있다.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커피에도 해당하는 부분이다.
한 때 왕복 1시간 넘는 거리를 일주일에 몇 번씩 커피 한잔 마시러 다니던 때가 있었다.
난생처음 여기서 '필터커피'라는 것을 접했는데
세상 처음 마셔보는 맛에 식도의 황홀함에 어쩔 줄을 몰라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 후 몇 년간 이 커피숍만 미친 듯이 다녔고, 잠시 카페 창업까지 알아볼 정도로 이곳을 애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카페는 문을 닫았고, N년간 최애 카페 하나 없이 커피 유목민으로 살면서
애착인형처럼 집착하던 그 카페도 뭉게구름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데 오늘, 신기한 우연을 마주했다.
친한 동생들과 울산 간월재 산행 후 들른 카페에서 낯익은 무스케이크를 발견했다.
일반 무스케이크가 아닌 두부모양이라 흔한 디저트는 아니었다.
"어랏 나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던 카페에서 많이 먹었던 건데!"라고 말하는 순간
뒤에서 "안녕하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뒤에는 N 년 전의 내 최애 카페 사장님이 서 계셨던 것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지난 몇 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카페인을 과다 섭취 한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거려 옷 밖으로 튕겨 나올까 봐 걱정될 만큼
반가운 마음이 쉬이 진정되질 않았다.
사장님은 내가 카페에 들어올 때부터 단번에 알아보셨다고 하셨고,
나 역시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인식이 뇌를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사장님!'을 외쳤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물었고, 밀양은 이제 이 카페 하나 만으로도 여행의 가치가 있음을 전했다.
우연, 그렇다.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언제 어디서든 설렘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우리의 공간을, 추억을 더 상기시키고
까마득한 기억들을 수면 위에 떠있는 튜브에 안착시켜 준다.
내일은 또 어떤 무스케이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