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병은 아니지만 평소 거울 보는 걸 좋아한다.
외출할 때도 다른 건 없어도 꼭 거울은 있어야 할 정도인데, 내 얼굴에 심취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이 항상 깔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작용이다.
눈곱은 끼지 않았는지, 고춧가루로 치아에 불이나 진 않았는지, 마스카라가 볼 한가운데 떨어지진 않았는지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수시로 챙기며 평생을 살아온 나.
(그렇다고 해서 외모가 또 늘 단정한 것도 아니지만서도..)
생각해 보면 나는 이렇게 항상 보여주기 식의 인생을 살아왔던 것 같다.
내면성찰은 늘 있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확히는 [들여보는 '척' 했다]가 더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요즘 부쩍 마음에 먹구름이 자주 찾아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제야 내면의 거울을 찬찬히 보고 소위 '메타인지'라고 부르는 것이 인식되고 있는 과정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사색을 좋아했지만, 마음속 울림으로 던져본 적이 언제인가 까마득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파민 뿜는 삶만 추구했지 잔잔한 내면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한 결과다.
이 메아리가 왜 하필 중요한 전환점을 두고 찾아왔는진 모르겠으나, 덕분에 요즘 나는 행복함 속의 대혼란기를 아주 제대로 겪고 있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내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타적인 마음은 이기적인 마음의 연장선상일지도 모른다는 것
*긍정 속에 감춰진 어마한 내재적 부정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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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진부한 얘기들이지만 이 허리케인급 울림들은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모먼트이기에 아마 평생 고민거리로 옆집 이웃처럼 지낼 것이다.
그러면서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1.2L 우유 원샷 때리고 긍정회로 돌리는 새벽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 미간에 또 주름이 지진 않았는지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