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혼돈의 카오스 시절부터
인생 제2막을 꿈꾸며 구름 위에 뜬 양탄자에 앉아 조금은 불안한 듯 양탄자 모서리를 꼭 잡고 하늘을 유람하는 현재 내 모습까지-
오랜 기간 동안 쭉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동고동락한 이성친구가 있다.
취준생 시절 돈은 없지만 서로 낭만 가득했던, 동성친구한테도 터놓지 못했던 그런 고민거리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성보다 더 말이 잘 통했던 유일한 이성친구.(정확히는 세 살 위 오빠지만 이하 B.F라고 칭한다)
오늘은 내 청첩장 모임으로 겸사겸사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불안했던 그때의 시절들이 이제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려 확실한 느낌표보다는 가물가물한 물음표가 더 많은 안줏거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스무 살 철없던 우리의 대화와는 많이 다른 주제지만 확실한 건 여전히 재밌고 여전히 알차다.
2년 전 친구 결혼식 다녀와서 쓴 일기에는
"이성친구라서 내 스타일로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하객들 중 분명 내가 제일 축하했다고 자부한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표현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성향임에도
과거에도, 오늘도, 미래에도 나는 이성이라는 얇고 높은 벽에서 분명 마음만큼 표현하진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엇이 존재한다.
청첩장을 받기 위한 만남이 아닌,
청첩장을 핑계로 또 한 번 이렇게 얼굴 보니 얼마나 좋냐는 친구.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직업 특성상 결혼식에 못 올 가능성이 많지만 설령 못 와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진짜 내 베스트 프렌드가 맞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좋은 인간.
참으로 따뜻한 밤이다.
추신-
친구 결혼식날 찍었던 그때의 내 마음이 담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