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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Oct 28. 2024

安民

B.F

20대 혼돈의 카오스 시절부터 

인생 제2막을 꿈꾸며 구름 위에 뜬 양탄자에 앉아 조금은 불안한 듯 양탄자 모서리를 꼭 잡고 하늘을 유람하는 현재 내 모습까지-

오랜 기간 동안 쭉 함께며 희로애락을 동고동락한 이성친구가 있다.

취준생 시절 돈은 없지만 서로 낭만 가득했던, 동성친구한테도 터놓지 못했던 그런 고민거리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성보다 더 말이 잘 통했던 유일한 이성친구.(정확히는 세 살 위 오빠지만 이하 B.F라고 칭한다)


오늘은 내 청첩장 모임으로 겸사겸사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불안했던 그때의 시절들이 이제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려 확실한 느낌표보다는 가물가물한 물음표가 더 많은 안줏거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스무 살 철없던 우리의 대화와는 많이 다른 주제지만 확실한 건 여전히 재밌고 여전히 알차다.

 

2년 전 친구 결혼식 다녀와서 쓴 일기에는

"이성친구라서 내 스타일로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하객들 중 분명 내가 제일 축하했다고 자부한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표현하는  워낙 좋아하는 향임에도

과거에도, 오늘도, 미래에도 나는 이성이라는 얇고 높은 벽에서 분명 마음만큼 표현하진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엇이 존재한다.


청첩장을 받기 위한 만남이 아닌,

청첩장을 핑계로 또 한 번 이렇게 얼굴 보니 얼마나 좋냐는 친구.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직업 특성상 결혼식에 못 올 가능성이 많지만 설령 못 와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진짜 내 베스트 프렌드가 맞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좋은 인간.

참으로 따뜻한 밤이다.



추신-

친구 결혼식날 찍었던 그때의 내 마음이 담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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