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서 검정 목티에 니트 체크무늬 조끼를 입은 나와코로나가 아직 종식되지 않아 목에 마스크를 걸고 있던 오빠.
나는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그때도 더위를 많이 타서 얇은 코트를 입은 오빠가 그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오빠는 일이 바빠 연애에 관심조차 없던 상태여서 혹시라도 조심스러운 자리면 나가지 않겠노라 친구에게 선언하고 나간 모임이라 서로에게 진지한 만남이 아닌가벼운 자리였다.
더욱이 오빠는 내 스타일도 아니었기에(오빠미안) 더더욱 부담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친구들과 다 같이 몇 번을 만나고, 현 남자친구의 세미 애프터 신청에 마지못해 나간 자리가 몇 번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신기하고 재밌으면서 인연은 따로 있나 싶더라.
애쓰지 않아도 코 안으로 공기가 자연스레 들어오듯 들숨 날숨 몇 번에 어느새 오빠가 심장까지 들어와 있더라고-
우리는 천천히서서히 스며들게 되었고, 해외 출장이 잦은 오빠 덕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자기 계발에 더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사랑도, 애틋함도 함께 키워나갔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결혼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꼭 결혼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에 만남을 시작했는데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느낀 안정감과 든든함에 '아, 이 사람이면 나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난생 처음으로 들었고, 내가 원하던 '배우자상'은 지금껏 내가 그렸던 사람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진짜로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났고, 자연스레 물 흐르듯 '결혼'이라는 걸 준비하고 어느덧 51일 남긴 시점에 접어들었다.
미성숙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는 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탐험하는 것보다 더 멋지고 짜릿한 여정이 될 것이다.
때로는 많이 험난 할 수도 있으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이 깃든 현명한 부부가되길,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며 존중할 줄 아는 사이가 되길, 이 모든 바람이 현실이 되길 바래본다.
하늘이 점 지어 주신 우리의 인연에 감사하며 오늘도 잘 살게 해 달라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