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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ry Nov 20. 2020

#3. 대학원 면접을 준비하며-

‘보통’에 속하고 싶지만 속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귀찮은.

나의 어릴 적 꿈은 “귀농”이었다. 아닌가. “선비”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점심시간이면 도서관에서 살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그래서 매년 독서 우수상, 올해의 독서왕, 글쓰기 대상 등 하나씩은 꼭 탔다. 시설 선생님들은 내게 기대를 듬뿍듬뿍하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하셨겠지. 하지만 난 그 기대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고등학교 무렵, 스스로 열심히 하던 공부를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시설 선생님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공부를 잘하니까 선생님들은 학원도 보내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가르치며 키우고 싶어 하셨는데, 막상 나는 공부에 엄청 흥미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가 되어 결국 제 스스로 학원을 박차고 나와 맨날 일탈을 일삼아버리는 거였다.


다시 돌아와서 고등학교 무렵,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던 나는 그냥 책만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주변의 힘든 상황들은 다 잊혀지고 잡생각도 사라지니까 행복했던 것 같다. 그 무렵 야자시간에도 거대한 두께의 소설을 독파하고 있으면 유난히 나를 아꼈던 국어 선생님은 한 마디 하곤 하셨다. “너 그러다 인생 훅 간다~” 그래서 선택한 삶이 시골에 내려가 고추농사, 배추농사지으면서 선비처럼 책을 읽자는 거였다. 자급자족하는 삶이라 돈 없이도 얼마나 충족된 삶인가!


물론 이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내 손을 붙들고 교무실로 끌고 간 국어 선생님이 “너도 대학 갈 수 있어. 늦지 않았어!” 하고 용기를 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입학원서를 제출했고, 정신 차려보니 대학교를 진학했고, 열정적으로 공부했으며, 동아리에 여행에 자격증에 취업에 휩쓸려 이 자리까지 오게 되고 만 거다. 물론 무지 감사하지만 요즘은 내가 끝도 없는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 하면 나름 괜찮은 삶이겠지, 이쯤 하면 됐지, 이쯤 하면 충분하지라고 생각했던 언덕을 넘고 나면 또다시 커다란 언덕이 나타났다. 퇴소하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던 내 삶은 하나씩 늘어나는 책임의 돌덩이에 발이 매여갔다.


왜 인생은 고달프죠? 왜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죠? 그렇게 하면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에 나도 속할 수 있나요?


아휴, 열심히 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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