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합창단 61주년 연주회
한국남성합창단 61주년 연주회를 다녀왔다.
지난해 60주년 공연을 봤으니 2년 연속이다.
지난 해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었는데 이번엔 롯데콘서트홀 로 교체.
개인적으로는 이곳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울림이 풍성하고(호불호가 있겠지만) 어느 좌석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는 편. 퇴로 교통편도 예당보다 낫다.
80여 명의 신사 단원들이 오롯이 피아노 한 대 놓고 노래했는데, 약음마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이 합창단이 상당히 기능적으로 잘 훈련되었다는 생각이다.
잔니스키니의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의 반전가사는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난다.
이거 의외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읊는, 효도송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신사 단원들은 1부에서는 검은 수트, 2부에서는 화이트 수트로 의상을 체인지 했다. 지난 해에도 그랬다.
2부가 시작되고 화이트 수트를 장착한 신사 단원들이 우르르 입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볼 만했다.
단원들이 둥그런 무대에 위치하니 '거대한 생크림 케이크'가 연상되었다.
남성합창단의 (잘 훈련된) 허밍은 상처난 마음에 바르는 치료제 같다는 생각이다.
곡들은 대체로 심플한 가사로 이루어졌다. 단원들이 가사 외우기 좋았을 듯하다.
느리거나 미디엄 템포 곡이 많았는데 신임 정남규 지휘자의 취향인지도.
확실히 이 합창단의 가사 표현력이 좋아졌다. 콘서트홀의 음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피날레 곡을 힘찬 포르테 포르테가 아닌, 제비꽃(조동진)의 피아니시모로 끝냈다.
마치 조용히 마침표를 두드리는 듯한 피아노 타건. 독특한 엔딩이다.
물론 이 '친절한' 합창단은 앙코르곡을 두 곡이나 들려주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리고 Non nobis Domine'
남성합창단만의 소리, 매력이란 게 확실히 있다. 이건 꼭 직접 들어봐야 한다.
땅밑에서 스며올라오는(또는 솟구치는) 듯한 저음은 남성만 모아놓은 합창단이 최고다.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