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산속을 걷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로또라도 당첨돼 나에게 10억 정도의 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억이 있으면 먼저 내 서재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서 서재를 멋지게 꾸미고 그다음엔 대출금을 갚고, 또 그다음엔 아이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그러고도 돈이 남을 텐데, 또 무엇을 할까? 작은 텃밭 하나를 사서 가꾸고 싶었던 농작물을 심고, 또 그중의 일부는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저축을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마치 로또에 당장 당첨된 사람처럼 산길을 헤맵니다. 그러다 또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번개 맞을 확률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혹시 번개를 맞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며 괜한 걱정을 하면서 산속을 벗어날 즈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을 함께 쓸 가족과 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며 망상을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