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는 누군가는 승진 공부에 몰두해
젊은 나이에 벌써 높은 관직에 오르고
뒤에 있는 누군가는 투자에 밝아 아파트를 몇 채나 샀는데
OO은 직장에 몸담은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아직도 마이너스 통장에 그 모습 그대로인지 발전이 없는 거 같아.
좀 영양가 있는 일 좀 하면서 살아.
돈도 안되는 그런 글 쓴다고 누가 알아줘.
머리만 아프지. 괜히 수명만 단축할 일 하지 말고
남들이 가는 그런 길 잘 따라가. 그게 최선이야."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난한 이 땅에 참된 시인이 되겠다며
사람과 자연이 숨쉬는 곳을
찾아
수첩 하나에
볼펜 한자루 챙겨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시를 쓰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무리 초라해도
아무리 알아 주는 이가 없어도
좋은 시 한편만 제대로 쓸 수 있다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느끼며
시 앞에 경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시보다 돈의 힘이
때때로 영혼을 흔들리게 하면서
결국 자본의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은 후,
시를 버리고 문학을 외면하면서 자본을
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본을 쫒으면 쫒을수록
마음은 더욱더 외로워지고
가야할 길은 빈곤해져 갔습니다.
차도 사고
아파트도 큰 곳으로 이사가고
아이들 학원도 두 곳, 세 곳 보내고
여행도 다닐 수 있고
맛있는 것도 잘 사먹고
그토록 신고 싶었던 좋은 운동화도 사고
자전거도 두 대나 장만하고
때때로 부모님 용돈도 두 배로 드리고
아내에게 좋은 선물도 전하며
아이들이 올려달라는 용돈도
챙겨주는 데
마음은 늘 외롭고 공허해져만 갔습니다.
그런 때일수록 시는 멀리서나마
스스로의 숨결을 드러내는 듯
하얀 백지 위로 저를 초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외면한 시는
더이상 쉽게 마음 속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덧, 처음 시 앞에 머물던 시절로부터
삼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를 향한 열망은 꺼지지 않고 마음 속 한 곳에
소중한 불빛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영양가 없는 일 그만 하고 실속 좀 챙겨봐'라던
지인의 말이
정말 제 삶을 안타까워 한 말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영혼 앞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왜 글을 쓰는지?'
'왜 답답한 글을 읽어야 하는지?'
조용히 글의 힘을
가슴에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