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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Oct 04. 2024

입원 중에

다시 생긴 병증


10월 4일

문득 잠이 깼다. 깔끔하게

. 3시 40분.

나는 어깨수술로 입원 중이다.


낚싯줄처럼 주렁주렁 달린 호스에 조절기들이 쇠침대 난간에 달그닥거리며 신경을 쓰게 한다.

이제 오른손을 쓸 수 있어 왼손으로 그것들을 쓸어 올리고 오른손으로 딛고 앉는다. 아직 손목이 아프다.

시끄러운 환풍구 소리는 눈치도 안 보고 쟁일 나는데.

나는 병실에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잠꼬대를 하는 사람 때문에 깜짝 놀란다.

나만 잠을 못 자는지 다들 조용하다.


가스레인지 배터리가 떨어졌다고 한 시간 넘는 거리 아들을 불러대는 시어머니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꼭 10월 3일이면 오라고 한다. 결혼기념일인데 눈치가 없다.


배추 한 포기 들 수 없는데 김장에 참석해서 앉아라도 있으라는 그 고집이 밉다.

함께 앉아 있는다는 건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안 오겠다더니

배춧값 인상에 굳이 멀리서 온다는 동서를

내가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 강요하는 친절에 미치겠다. 걔는 두 손 두 발 멀쩡하고 내 두 손 두 발은 성치가 않다.


김장이라는 협동노동을 원치도 않고, 그 불편함이 부당하기까지 한 나는 굳이 그 소굴로 들어갈 수가 없다. 억지웃음 지으며 시간을 허비하는 게 두렵다.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미움이 솟아났다. 오랜 시간 고친 건데, 시어머니 고집스러운 주장으로 정신병이 도진 것이다. 이 증세를

얼마나 많이 털어 내려 애썼는가.

직면해서 싸우기에는 에너지가 소모적이라 이들과 다투지 않는다.

그저 피할 뿐이지.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잘 듣지 않고 말을 뺐어 버리는 습관이 용기라고 착각하는 남편의 화법이 많이 거슬린다.

자기가 발화하지 못하고

나나 아이가 말을 하면 신중히 듣지 않고 중간에 자기 말을 하며 남이 하던 말을 끊는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나조차도 말하기 싫어진다.




두 사람이 똑같은 불통이다.

비합리적인 행동에 화가 난다.

싫은 티를 내도 무시하니까



내가 문제인지 가족 상담을 받기라도 해야지 감정이

너덜너덜해진다.


병원으로 도피한 거나 다름없는데

이 밤 몹시 신경이 쓰인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수술이나 하며 병원에 숨는 거였는데

그들로 인해  신경 쓰인다.


그녀에게 소중한 김장

나에게 끔찍한 기억들

강요된 희생

이 굴레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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