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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Nov 04. 2024

동서관계

잘못 낀 단추 같은


설거지를 할 때면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나

특히 뒷설거지를 할 때 얼굴에 툭 튀는 물방울들이 당황스럽게 한다.

일반 설거지를 마치고 계수통과 수세미 받이, 수채통과 그 속까지 닦아야 할 때

모처럼 맘먹고 세제까지 타서 문지르다 보면 그게 눈가에 입술에 작은 기포들이 툭툭 와서 붙는다.


락스 청소 할 때

특히 검은 옷을 입을 때가 많다.

내 셔츠에는 유독 갈색 반점들이 많다.


신경질적이거나 조심성 없는 양단의 성격을 보여준다.


전 설거지 때 락스를 안 쓴 게 얼마나 다행이냐. 그게 떨어져 사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난 한 달 간의 대상 모를 복수처럼 락스를 잔뜩 부어 버렸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도 새로 산 검은 셔츠를 입고 있는 중이다.

또 조심성 없이 옷에 얼룩이 남았겠지.




아까 지나치듯 들은 말이 거슬린다.

몹쓸 조바심. 분노.

내 일을 시작하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설거지통에

몽에 덜 해롭다는 과산화소다를 풀어 묵은 때를 녹이고 있었다.


혹시나 고무장갑을 끼고

수채틀을 들어 세세히 관찰하는데

역시나 숨겨진 곳에 틈틈이 솔을 대야 했다.

솔을 움직일 때마다 수술부위가 쓰라리다.


나는 나르시시스트인가!


이랬는데도

지워지지 않는 물때의 흔적에

영 신경이 멈추지 않는다.

북북


마치

아까 그 말처럼


"재수 씨가 김치 담그다가 다쳐서 일곱 바늘을 꿰맸대."


응, 근데 뭐 어쩌라고?


지난 한 달 동안

입원하고 내내 한쪽 팔을 쓸 수 없었지만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아이의 일을 도와야 했고,

아이도 또 병원신세를 지게 되고~

보호자로 오가며 피로를 호소할 때

재활치료와 동시 몸살에

어쩔 줄 모르는 내게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근데 남편은

왜 그 말을 했을까.


일 년에 두 번 명절에 보기도 안 보기도 하는 동서에게


굳이 각자의 일상을 보고하지도 않는 사이인

동서지간.


근데

그녀가 손을 다친 사실을 내가 왜 알아야 할까.


수채통을 박박 문질러대며

내가 없는 사이

지저분해진 집안 곳곳의 책임을

예민함을 건드릴 말을 한 당사자에게 씌우지도 않는 내게


뭐 어쩌라고!


"그녀는 남이야."


락스를 끼얹듯 이렇게 냉정한 사이도 존재한다는 것을 월요일 아침부터 굳이

알려야 하는 일도 있다.


그래도 난 시어머니 김장놀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나를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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