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의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준비할 게 뭐 있나 싶겠지만 생각보다 할 게 많다.
우선 한 달 전쯤에는 창고에 고이 모셔놓은 트리를 다시 꺼내 놔야 한다. 집에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으로 채우고 정원이 있다면 정원도 이쁘게 꾸민다. 대부분이 주택 문화인 호주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정원을 단장해 놓은 집이 곳곳에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게 꾸며놓은 곳을 잘 찾을 수 있게 지도도 있다. (글 맨 아래 링크 참고) 정말 여기가 집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이 정도로 화려한 집은 동네에서 이웃들이 차를 타고 와서 구경하고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집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잘 만들어 놓았다면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다녀야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범위가 생각보다 상당히 넓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심지어 이웃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실 주는 사람 마음이다.
최근에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 이웃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국 과자를 준비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왕래가 없는 이웃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냐고 놀라서 물어보니 2년 동안 받아만 와서 이번에는 친구도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근처에 아이 있는 집에 이웃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에 소정의 선물을 돌린다고 하였다. 너무나 정이 넘치는 문화이다.
나도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다. 그때그때 생각날 때 사야지 막상 닥쳐서 사려면 뭘 사야 할지 애매하고 허둥대게 된다. 어차피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 줄 사람이 정해져 있기에 한 달 전부터 미리 생각하고 구매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생일 선물과는 다르게 그냥 줘도 되고 안 줘도 되기에 뭘 받아도 기분이 좋고 뭘 줘도 상대방이 기뻐한다. 그래서 생일 선물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 선물 고를 때는 별로 부담이 없다.
작년에 친구에게 뜻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빨간색에 반짝이로 장식된 곱창 머리끈을 선물로 받았다. 화려하고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했기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 또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때 비싼 선물을 고르지 않는다. 동전 지갑, 와인, 립밤, 화장품, 액세서리 등 2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고른다. 생각해 보면 이제 친구들과 더 이상 생일 선물은 주고받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게 된다. 크리스마스에만 줄 수 있는 이 따뜻한 마음이 연말을 더 포근하게 감싸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이다. 호주는 여전히 편지를 쓰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생일,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날,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장문의 글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인사말을 넣어 카드도 함께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가 점점 더 다가올 때쯤에는 파티 당일을 위해 주방 용품과 음식 재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 테이블보, 컵, 그릇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주방 용품을 마련하고 파티에 어울리는 음식과 술, 음료를 미리 구매해놔야 한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친구 등을 초대하여 파티를 하며 선물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으며 따뜻하게 연말을 마무리한다.
한국도 요즘에는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났다. 종교를 떠나서 크리스마스 자체가 주는 분위기에 너무 흥이 나고 기분을 설레게 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 동심으로 돌아가 마냥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방방 뜨기도 하고 캐럴을 들으면 괜스레 더 신이 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따뜻한 2023년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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