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의 위안] 6년 호주살이 동안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것들
호주 멜버른에서 어학연수와 대학 생활을 하며 보낸 6년 호주살이를 담은 <멜버른의 위안>을 2022년에 출간하였다. 그로부터 대략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책을 사랑해 주는 독자들이 있다. 최근에 한 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책에 대한 소중한 리뷰를 남겨주었다. 감사한 마음에 답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멜버른 여행을 앞두고 구매한 거라고 하셨다.
<멜버른의 위안>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궁핍했던 호주 유학 생활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돈이 없었지만 낭만이 있었고 영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호주 사람들 사이에 섞여 때론 위안을 얻었던 지난 한때를 추억한 책이다. 멜버른 여행을 앞둔 사람들 보다는 멜버른에서 보낸 삶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더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멜버른 여행자에게 도움 되는 책은 아니지만 선뜻 내 책을 구매해 준 독자분과 짧게 SNS로 대화를 나누었다. 흔하게 알려진 멜버른 관광지가 아닌 소소하지만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였다. 바로 떠오르는 곳이 피츠로이(Fitzroy)였다.
피츠로이는 내가 유학 생활을 하며 시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찾은 외곽 지역(Suburb Area)이다. 멜버른 시티에서 도보로 30~40분이면 걸어가면 갈 수 있으며 오래된 카페와 바, 식당이 많고 개성 있는 중고 빈티지 가게와 갤러리, 아티스트 상점 등 구경할 곳이 많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나에게 매료되었던 지역이다. 내가 너무나도 자주 찾고 좋아했던 곳이기에 <멜버른의 위안>에 소개하려고 했지만 책의 전체적인 흐름상 제외하였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 브런치로 피츠로이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멜버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내가 다닌 대학교 RMIT가 위치한 CBD에 살았다. 쇼핑몰과 주립 도서관, 편리 시설 등 모든 것이 다 CBD 안에 있으며 교통도 편리하다. 그렇지만 가끔 기분 전환이 하고 싶을 때는 외곽에 나가고 싶었지만 트램 요금이 비싸 망설였다. 트램 요금은 한화로 대략 4천 원 정도였다. (현재는 $5이다. 2023년 12월 7일 기준 한화로 대략 4,300원이다.)
유학 생활 때는 대중교통 요금이 왜 이렇게 아까웠는지 모르겠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 대중교통비가 천 원 언저리였기 때문인지 왕복 트램비 8천 원은 쓸데없이 너무 비싸다고 느껴졌다.
멜버른 CBD를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에서 쉼이 필요할 때 나는 피츠로이로 향했다. 멜버른 CBD 안에서는 트램이 무료이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칼튼 공원(Carlton Gardens) 근처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바로 피츠로이이다. 이 공원은 관광 명소 중 하나이기에 공원을 산책하며 피츠로이까지 걸어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관광객이라면 공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보내는 시간도 있을 테니 참고하길 바란다. 돗자리를 가져가 잠시 앉아 소풍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그렇게 공원을 산책하여 가로질러 가면 피츠로이에 도착한다. 나는 우선 피츠로이에 가면 카페에 들른다.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사라져 버려 추천해 줄 수 없게 되었다. 여기가 식물원인가 싶을 정도로 식물로 가득한 카페였는데 어느 날 가보니 사라져 있었다. 추천해 줄 만한 카페는 없지만 구글 평점이 상당히 믿을만하니 구글에 의지해도 좋고 지나가다가 아무 카페나 들러도 웬만하면 커피가 맛있다.
커피로 따뜻한 오후를 맞이하고 나면 피츠로이에 있는 구제샵과 선물 가게, 편집샵 등 거리에 줄지어 있는 상점을 구경한다. 가게를 구경하며 다니다 보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기웃거리게 된다. 코로나로 없어진 가게가 많기 때문에 이 또한 추천해 줄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지나고 새로 생긴 핫하고 힙한 식당도 많으니 구글 평점에 다시 한번 의존하여 식당을 찾아다니면 된다.
최근에 방문한 멕시코 식당 El Camino Cantina를 추천해 보겠다. 나는 평일 오후에 방문하였는데 창고형처럼 내부가 넓고 분위기가 화려했다. 그렇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고 한산했다. 타코와 맥주를 주문했는데 맛도 좋았고 여긴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다시 들렀는데 분위기가 흡사 클럽이었다. 가게 앞에는 경호원이 있었고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주말보다는 평일에 가는 걸 추천한다.
피츠로이를 걷다 보면 작은 갤러리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전시를 참여했던 갤러리 한 군데를 소개하겠다. BSG(Brunswick Street Gallery)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갤러리이다. 2층으로 되어 있으며 방으로 나뉜 구조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전시가 매번 바뀌니 피츠로이를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갤러리를 들른 후 내가 코스처럼 가는 바가 있다. 이곳은 멜버른에 방문했던 사람들을 데리고 갈 때마다 모두 좋아했던 곳이다. <멜버른의 위안> 책에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바이자 식당인 Naked For Satan이다.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운영할 정도로 넓은 곳이다. Naked For Satan에 들어가면 일단 엘리베이터를 찾아 맨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루프탑으로 향한다. 피츠로이에는 높은 건물이 없기에 여기 루프탑에서 올려다본 피츠로이의 모습은 이국적이며 아름답다. 오후에 와도 좋고 해 질 녘 무렵에 와도 좋은 곳이다. 피츠로이에 간다면 Naked For Satan은 반드시 들러보길 추천한다.
피츠로이는 내가 대학 생활을 할 때 가장 좋아했던 외곽 지역이다. 현재는 내가 시티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여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 멜버른에는 이밖에도 가볼 만한 외곽 지역이 많다. 세인트 킬다(St Kilda), 프라한(Prahran), 브런즈윅(Brunswick) 등 맛집과 편집샵, 마켓 등 구경할 거리가 있는 곳이며 시티와 근접해 있다. 빠듯한 관광 일정에 시간을 투자할 만큼 가볼 만한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세인트 킬다는 해변에 위치했기에 한번 들러보면 좋은 곳이고 피츠로이는 시티와 가깝기 때문에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나는 현재 <멜버른의 위안>에 이어 <호주살이의 위안> 책을 작업 중이다. 호주살이는 계속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원고가 나오고 있어 이 작업이 언제쯤 마칠지는 아직 미정이다. 일단은 브런치에서 계속 나의 호주살이를 공유하고 있다. 가끔 이렇게 글로 끄적이다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호주에서의 삶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멕시코 식당 El Camino Cantina
루프탑 바 Naked For Satan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ㅣ@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놀자(yeonolja)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