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sbane Aquatic Centre
여행을 떠날 때 수영장부터 찾아보는 사람이 바로 나다. 브리즈번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역시 수영장을 가장 먼저 찾아봤다. 브리즈번 시내에는 인공비치인 사우스 뱅크, 1886년에 지어져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프링 힐 바스(spring hill bahts)를 비롯해 다양한 수영장이 있다. 하지만 사우스 뱅크는 폐장했고 스프링 힐 바스는 천장이 뚫린 반 야외 수영장이다. 날씨가 꽤 쌀쌀해서 야외 수영장은 망설여졌다. 어디를 가야 할까 찾아보다가 유투브에서 봤던 수영장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스키점프대를 갖춘 수영장, 브리즈번 아쿼틱 센터(Brisbane Aquatic Centre)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수영장은 브리즈번 시내에서도 버스로 약 1시간이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배차 간격이 긴 편이지만 그래도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차가 없어도 방문할 수 있다. 번화가에서 출발한 버스는 주택가를 지나 점점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분명 날씨가 좋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갑자기 비가 올 듯 하늘이 흐려졌다. 인적이 드문 곳에 홀로 내려서니 괜스레 조금 무서워졌다.
커다란 주차장을 지나 10분 정도 걸었더니 웅장한 스키점프대와 함께 수영센터가 나타났다. 왜 수영장이 이 외딴곳에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규모였다. 점프대가 정말 높아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동시에 점프대에서 물 위로 미끄러질 때의 짜릿함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게 되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탈의실은 한산했다. 탈의실 너머의 수영장에서는 훈련을 위한 구령이 들려왔다. 마치 나도 수영 선수가 된 듯한 기분으로 탈의를 마쳤다. 실내는 50m 풀, 25m 풀, 다이빙 풀까지 3개의 풀이 있었다. 시설이 이렇게 훌륭한데 입장료도 단돈 7불로 무척 저렴하다.
올림픽 규격의 50m 풀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감이 몰려왔다. 대부분의 레인이 사용 중이라 먼저 25m 풀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했다. 머리 위로는 대형 슬라이드가 있었고 수심 1m의 온수풀이라 아이나 초보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이 꽤 쌀쌀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워밍업을 하고 50m 풀로 향했다.
라이프가드에게 사용 가능한 레인을 물어보니 다행히도 몇 개의 레인이 비어있었다. 온수풀에 있다 와서 인지 물은 꽤 차갑게 느껴졌고 수심도 2m로 깊었다. 50m에서 수영을 하는 건 오랜만이라 약간 긴장했는데 막상 수영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쉽게 한 바퀴를 돌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것 같은 레인의 끝을 만지고 무사히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일은 익숙한 성취감을 선사한다.
오로지 물을 가르는 소리만이 가득한 풀, 고요한 물속에 들어가는 일은 수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걱정도 고민도 끼어들 틈 없이 오롯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 마치 명상 같은 시간, 그래서 수영이 좋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 수영장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참 호주답다고 느낀다. 젖은 머리를 툭툭 털고 다시 숲길을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오늘 수영은 여기까지
Sleeman Sports Complex, Old Cleveland Road &, Tilley Rd, Chandler QLD 4155
실내 50m 10개 레인, 25m 6개 레인 / 실외 50m 13개 레인 / 다이빙 풀 보유
입장료: 성인 7 aud
영업시간: 주중 5:00-20:00, 주말 및 공휴일 변동
드라이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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