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언니에게

by KATE

언니.

우리 아빠 소식 듣고 보내준 마음 감사히 잘 받았어.

언니한테 고맙다고 인사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언니가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지만, 벌써 다 지친 마음이 드는 상태라 아직은 연락을 못하고 있어서..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길 써놓아두려고 해.


아빠 사고가 있고 응급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을 거쳐 사지마비의 진단을 받고 재활을 위한 요양병원에 오기까지.. 나는 계속 아빠를 미워했어.


언니, 나는 청소년기의 언제부터 아빠를 미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언니한텐 외삼촌인 우리 아빠는 7남매의 다섯 번째 자식이자, 장남으로 자라면서 어떤 성장과정을 겪었는지 도대체 모르겠지만, 얼마나 이기적인지.. 그런 아빠의 가족 구성원으로 사는 동안 나는 조금 힘들었어.

아니, 조금 힘들다는 말은 아닌 거 같고.. 그냥 싫었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아빠도 싫었고 그 아빠를 참아내는 엄마도 싫었어.

근데 내가 그들의 혼전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임을 알게 되니, 엄마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이 다 나 때문인 거 같은 죄책감이 들더라.



언니의 엄마인 나의 고모는 7남매의 네 번째 자식으로 태어나 바로 아래 동생인 우리 아빠를 참 아꼈다고 들었어.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고모가 나를 참 예뻐하신 걸로 알아.

그래서인지 우리 아빠도 그 많은 조카 중에 언니를 제일 예뻐했었지.

어릴 때부터 언니와 나를 무수히 비교했던걸 언니는 알까?

난 그래서 언니가 참 좋은데, 좋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


1년에 한두 번 언니를 만나는 날을 손꼽다가도 언니와 헤어지고 난 뒤, 아빠가 또 무슨 비교를 할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


그래 우리 아빠는 노골적인 비교를 굳이 숨길 생각도 없는 스타일이지.

아, 비교라니까 생각나네..

언니는 잘 모르겠지만 M언니는 우리 아빠를 만날 때마다 울었다?

우리 아빠가 그 집 오빠들하고 M언니를 대놓고 비교하며 비아냥거렸거든..

오빠들은 이런데 넌 뭐 하냐..라는 이야기를 명절 때마다 해서 언니는 울다가 집을 나가기도 했었어.

한참 어린 나도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방에서 숨어 있기도 하고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

그래서 난 그 언니한테 항상 미안한 기분이 좀 있어.


그 언닌 아마 우리 아빠 장례식에 안 올 거 같아.


언니.

나 언니한테 우리 아빠 흉 좀 더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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