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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땅연필 Nov 22. 2020

말할 수 없는 동물,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

젊은 날의 똘이

  아내에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있다. 종류는 허스키. 이름은 임 똘. 특징은 최강 동안. 똘이라 부른다. 유기된 건지 아니면 길을 잃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회사 대표 차 밑에서 발견되어 지금까지 인연을 갖게 된 똘이. 주말에 아내와 함께 혼자 있는 똘이를 돌보러 몇 번 찾아가게 되었고 간식도 챙겨주고 함께 산책도 다니며 나와도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무실 문을 열면 항상 제일 먼저 뛰어와 우리를 반기고, 간식을 들고 있으면 언제나 앉은 자세로 침을 흘리고, 산책을 하러 나가면 우리가 힘에 붙일 정도로 빨리 달리고, 자기 덩치 반에 반도 안 되는 강아지들에게 겁을 먹고 우리 뒤로 숨던 사랑스러운 똘이. 이제는 견생 13년 차. 사람 나이로 따지자면 96살 노령견이다. 이제는 우리가 문을 열어도 잠에 취해 쉽사리 일어나지 않고, 간식에 욕심도 없고, 산책을 하면 우리와 같은 속도로 아니.. 우리가 속도를 늦춰야 하는 똘이가 되었다.


  요즘 부쩍 애교가 많아진 똘이. 작년만 하여도 똘이에게 포옹을 하면 기다리다 몸부림처 나가기 십상이었다. 이제는 따뜻하게 안아주면 우리가 놓아줄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 오히려 우리들의 다리사이를 파고들거나, 가슴팍 안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면 나는 "나이가 많으면 아기가 된다더니 우리 똘이가 그러네~"하고 말을 꺼낸다. 사람에게서 경험하기도 전에 똘이에게 이 말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어느 날. 똘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아내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똘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똘이는 우리가 문을 열자 평소처럼 느리지만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졸졸 뒤를 쫓아다녔다. 우리가 앉아 있어도 항상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다리가 아플 법도 한데, 똘이는 계속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얼굴을 우리에게 파묻었다. 똘이를 아기처럼 안고 가만히 토닥여주니 품속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잠시 후 품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몸을 내 몸에 붙인 채 편히 잠을 청했다. 똘이의 뒷모습을 보며 희끗희끗 올라온 흰 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냥 젊고 활기차던 똘이. 우리에게는 언제나 아가였던 우리 똘이. 너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구나. 우리 주위를 맴돌았던 이유는 그저 좋아서가 아니라 불안했구나. 우리가 빨리 떠날까 봐.. 그래서 그렇게 서성였구나. 우리가 떠난 후 사무실에서 보낼 시간이 너무나도 외로웠겠구나.


  혼자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과는 달리 너에게는 사람밖에 없을 텐데. 나의 시선으로 너를 보았구나. 그 시간 동안 너는 계속 나에게 표현을 하고 있었구나. 너의 맘을 알고 있다고 감히 착각하고 있었구나. 너는 나에게 매우 행복한 시간을 선물했는데 나는 너에게 외로움을 주었을지 모르겠구나. 이제 똘이의 시간을 그리고 나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너를 누구보다 더 사랑해주고, 더 안아주고, 더 눈을 바라보고, 더 가까이 온기를 느끼고, 너의 웃음을 더 바라봐주려 한다.


  인간은 동물로부터 너무 많은 행복을 얻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가슴속부터 올라오는 따뜻한 감정을 선물 받는다. 그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은 사랑스러운 동물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답해야 한다. 동물들에게는 주인이라는 존재밖에 없기에. 주인이 삶의 전부이기에. 그들의 눈높이에서 한 번 더 안아주기를 바란다.


똘이야. 우리는 너와 만나 큰 행복을 얻고 있단다.

똘이야. 앞으로 더욱 사랑할게.

똘이야. 앞으로 더욱,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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