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2022)>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2022)>
✔ 영화 정보
헤어질 결심 ⎮ Decision To Leave
개봉: 2022.6.29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국가: 대한민국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 그토록 갸륵하다. 감정과 이해의 난해한 둔갑과 산란(散亂)에도 단념 않는 사람, 폭력과 위해 속 무해함을 건네는 사람, 주저하며 사랑의 요소를 헤아리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 그래서, 결국 같이 살고 싶어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과 안고 싶다.
1. 마침내, 단일한 사랑 이야기
그 사람들은 뜨거울지 언정 차갑지 않은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저항을 온몸으로 견디어 몰이해의 궤도를 통과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사랑의 변증에 대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들보다 현격히 많이 깨닫게 된다.
수사(修辭) :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며서 보다 아름답고, 정연하게 하는 일.
이를테면 그들은 상당 순간에 말을 골라낸다. 언어의 미세한 파동이 끼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 그렇다. 사랑하기에, 내가 들려줄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안온히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은 마침내, 누군가를 치유하고, 영감을 주고, 구원마저 해낸다. 무수한 사랑의 모양 가운데, <헤어질 결심>에는 이러한 모양의 사랑이 있는 것이다. 한국말이 서툰 서래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한 행동은 바로 더욱 정확하다 여기는 단어들을 찾아 들려준 것이며, 이는 해준과 서래의 감정을 더 강렬하거나, 더 애틋하거나, 더 슬프게 만들었다. <헤어질 결심>은 언어에 관한 영화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깊은 바다에 빠뜨리라’는 말이나 ‘붕괴’ 같은 말로도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2. 붕괴
수사(搜査) : 범죄 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하여 범인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
또, 그런 사람들은 심드렁한 누군가의 단서 없는 감정을 추적한다. 귀책 사유가 내게 있을까 하여 불안해 정처를 잃기도 한다. 수사와 참 닮아 있는 사랑은, 때론 의심도 함께한다. 말했듯, 몰이해의 궤도를 직선으로 통과하는 일이란 저항을 수반하여 오해와 고통을 낳고, 끝내 붕괴되기도 한다.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면 알 수 있듯 영화 속 일련의 사랑 서사가 수사의 과정과 고스란히 접목 되어있다. 미궁에 빠지고, 해결할 듯 그러지 못하면서 상대를 의심하기도 하는 사랑의 또 다른 입체적 모양에 대한 영화인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다른 두 가지 의미의 수사 영화이자, 내버려두지 않고 사랑에 충실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3. 미결 사건
어쩌면 사랑은 결정지을 수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매번 결정짓곤 한다는 이유로 인해 그렇게나 사랑이 지난히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결정 나지 않은 것만이 곱씹고 신경 쓸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결정이 난다는 것은 떠올리기를 끝내는 것이기도 하기에, 어떤 이에겐 애석한 일이 된다. 그러니까 우린 사랑이 어떤 결정도 나지 않은 채 영원했으면 한다. 미결 사건처럼, 적어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계속 남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