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떠나고 싶은가?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일상에 변화를 주면서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자연을 즐기고 싶기도 하고, 반대로 도시에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거나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기도 하다. 사람이 어떻게 매번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가? 기계도 충전이 필요한데 우리는 훨씬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행은 다른 곳을 가서 경험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핵심을 파악하면 여행의 범주가 엄청나게 확장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말에 교외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여행이고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또한 여행이다. 해외에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해보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여행이다. 심지어 업무 상 회의 때문에 가는 것 또한 여행이라 볼 수 있다. 여행을 일상 리듬의 변화와 재충전의 수단으로만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여행의 방식은 목적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여행의 방식은 기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인 기준인 어디로 가느냐부터 보자. 국가마다 서로 다른 언어, 문화, 역사가 존재하며 우리는 여행을 통해 각 나라의 세계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같은 국가라고 해도 어느 지역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서도 여행이 달라진다. 가족, 친구, 애인, 모르는 일행, 또는 나 혼자 가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라 해도 느낌이 다르다. 어디 그것뿐인가? 패키지여행인가 자유여행인가. 단기여행인가 장기여행인가. 호텔인가 에어비앤비인가. 식당에 갈 건가 직접 요리를 할 건가. 어느 계절에 가는가. 평일인가 주말인가 등등 기준을 다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양하다. 다만 우리가 일일이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여행의 방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책, 영화, 블로그, 영상, 뉴스, SNS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매체에 접근하면서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받을 기회가 생겼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베어타운"이라는 소설을 읽고 베어타운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스웨덴의 하키 경기장을 구경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너의 이름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 기후현의 히다 후루카와와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로 여행을 갔다. 지인이 SNS에서 올린 여행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나도 저기로 여행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다들 해봤을 것이다. 수많은 매체와 여행의 유기적인 관계로 여행을 하게 되는 이유가 다양해지면서 여행의 방식은 더욱 다변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