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의 80%를 해외 주재원으로 보냈습니다. 이것이 약인지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국내 근무 경력은 3년 남짓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거인 싱가포르에서 7년, 세계의 공룡 중국에서 2년을 일했고(지금도 일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식품회사 S그룹 P브랜드 론칭 세팅 주재원으로 1년 반, 화장품 회사 A그룹 I 브랜드 론칭과 GM으로써 총책임자 역할을 5년 반 동안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상해에서는 I 브랜드에서 처음 시도하는 LSP(Local Sales Partner: 중국 에이전시 업체와 제휴하는 프랜차이즈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가 엄청 뛰어난 글로벌 인재처럼 보이지요? 명문대 출신에 탄탄한 스펙을 가진 사람일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 반대입니다. 대학 졸업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은 4년제 지방 캠퍼스 졸업장과 3.49의 졸업학점입니다. 토익 시험을 본 적도 없고 자격증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기업 글로벌 인재가 되어 세계를 누비고 다녔을까요? 회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고 연봉과 좋은 생활 여건이 제공되는 주재원으로 경력의 80%를 보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위인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도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 자서전이 아닙니다. 그럼 왜 책을 쓰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해보고 싶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범하지만 제 경험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 개 국가에서 주재원으로 일과 생활을 해보았고 싱가포르 한 국가에는 완전히 다른 업종의 두 개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로컬 프랜차이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대부분의 중국인도 가보지 않은 3급 이하 소도시를 수도 없이 가봤습니다. 이런 도시들은 공항이 없는 건 기본이고 고속열차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다시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타고 나서야 닿을 수 있지요.
그래서 이 책은 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대기업에 들어갔고 주재원까지 됐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인생역전 식의 외침이 아닙니다. 요즘은 외국에서 공부한 분들도 많고 외국어를 잘하는 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 근무의 꿈을 품고 있는 분들도 많지요. 하지만 이런 분들이 모두 글로벌 인재의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주재원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어떻게 해야 선발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의 인사팀은 해외 진출 시 어떤 인재를 보내야 하고 어떤 보상과 조건을 정해줘야 하는지 기준도 없습니다. 해외 근무의 기회가 막상 주어져도 모두 성과가 좋고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제 경험이 해외로 나가보고 싶은 분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여러분도 꼭 해외 시장을 경험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열심히 뇌세포 속 지난 시간들을 낱낱이 끄집어냈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당신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바뀐 인식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