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기들 사이에선 마스에 당첨되는 자, 행운아라 불린다. 항공업계에서 마스(MAAS)란 Meet And Assist Service의 약자다.
Meet And Assist Service를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A meet and assist service is available for passengers at a charge. For departing passengers, dedicated staff can meet you at the agreed pick-up points at the airport and help you get to the check-in hall and departures gates. Arriving passengers will be greeted at the boarding gates and assisted all the way to the Ground Transportation Centre or car parks.
출처 : https://www.hongkongairport.com/(홍콩국제공항 홈페이지)
Hong Kong International Airport - Passenger Home
구글 번역기를 돌려봤다.
승객은 유료로 만남 및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발하는 승객의 경우 전담 직원이 공항의 합의된 픽업 지점에서 귀하를 만나 체크인 홀과 출발 게이트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도착하는 승객은 탑승 게이트에서 맞이하고 지상 교통 센터 또는 주차장까지 도움을 드립니다.
물론 위의 홍콩 공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른 공항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은 같다. 쉽게 말해 모셔다 준다는 거다.
내가 조업하던 항공사에선 환승객들의 이름하야 'WCHR MAAS(휠체어 마스)'가 가히 인기 폭발이었다. 노약자, 다리가 불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1 터미널에서 2 터미널로 넘어가야 하는 환승객들은 길이 복잡하고 찾아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리가 아픈 척하며 마스를 신청하기도 했는데, 서비스 신청 비용은 무려 공짜였다.
이 환승객 휠체어 마스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이름하야 '개이득'인 업무였다. 1 터미널과 2 터미널 사이가 멀고 휠체어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빨리 걸을 수도 없어 마스 한 번 다녀와서 카운터로 복귀하면 근무시간 중 한두 시간은 껌으로 지나있었고, 서비스 신청 비용이 무료이기 때문에 팁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승객들은 팁이라며 소정의 달러를 챙겨주기도 했다. 마스에서 받은 팁을 모아 해외여행 시 여행자금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공항에선 달러를 쓸 수 있는 가게가 많기 때문에 같이 마스 온 직원들끼리 소소하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환승객 휠체어 마스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가히 최고의 업무였는데, 출근하고 나서 일하다가 뜬금없이 관리자에게 마스 다녀오라며 무전으로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 그날 하루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마스는 직원들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전에 한 번 언급한 적 있었던 간달프 과장님은 무전이 아니라 때마다 문자로 통보해 주셨는데, 카운터에서 수속하다 과장님의 문자를 받는 날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한 번은 휠체어가 아닌 일반 환승객 마스를 배정받게 되었다. 터키인 30대 남자 승객 두 명이었다. 이번엔 숏컨(S/T CONX, Short Connection) 마스라고, 환승 사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승객을 모셔다 드리는 서비스다. 보통 숏컨이라고 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데, 오늘 이 승객들의 숏컨 시간은 악랄하게도 20분이었다. 1 터미널에서 2 터미널로 환승하려면 '1 터미널 - 보안검색 - (트레인) - 탑승동 - (트레인) - 2 터미널'의 경로를 거쳐야 하는데 20분 가지곤 진짜 레알 택도 없었다. 설마 20분 사이에 환승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티켓을 끊은 건 아니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승객의 비행 정보를 까 보았다.
NRT-ICN-ISL
STD 1400L / ETD 1600L / ATD 1605L
STA 1605L / ETA 1820L / ATA -
NEED S/C M/S(DLY DUE TO NRT APO PRBM)
해석해 보자면 이런 소린데, 나리타에서 인천을 거쳐 이스탄불로 비행하는 승객이고, 나리타발 14시에 출발했어야 하는 비행기가 현지 공항 사정으로 인한 지연으로 16시 05분에 출발하여 18시 2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고로 숏컨 마스 좀 해달라는 소리다. ATA(실제 도착 시각)가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승객이 타야 하는 이스탄불행 비행기의 ETD(출발 예정 시각)은 18시 40분이었다. 모로 봐도 옆으로 구르며 봐도 불가능한 소리였다. 사실 나는 99퍼센트쯤 커넥션은 포기한 상태였는데, 오피스에서도 일단 마스 요청이 들어왔으니 애드맨(ADD MAN)을 하기는 하는데 내가 숏컨에 성공할 거란 생각은 단 1도 없었는지 그저 오늘 연결 편을 태우지 못했을 때에 대비한 인포만을 한가득 들려주었다.
"만춘아, 승객이 끊어 놓은 XX항공에서 이스탄불 가는 항공편은 하루에 한 대씩 있는데, 오늘 못 타면 내일 탈 수 있으니까 그거 안내해 주고, 승객이 입국하고 싶다고 하면 비자 없어도 되는 국적이니까 입국장 안내해 주고, 입국 원치 않으시면 공항 호텔 안내해드려. 내일 비행으로 바꾸신다 하면 전화해줘. XX항공에 전달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나리타에서 날아올, 말도 잘 통하지 않을 이 터키 손님 둘을 내가 과연 잘 케어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이 18시 20분이 되었고, 나의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주는 브릿지가 접현을 하는 사이 나는 과연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효과적으로 승객들의 기분을 덜 나쁘게 할 수 있을지 미친 듯이 짱구를 굴렸다. 보통 숏컨은 기내에도 전달이 되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이 마스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려줄 것이다. 비행기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H..."
"GO, GO, GO!!!"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족히 키 190은 넘어 보이는 건장한 승객 둘이 도어에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 다음 비행기 타려고???
"잠시만요! 손님!"
다급한 마음에 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왔고, 체격이 달리기 선수급은 되어 보이는 이 승객들을 따라잡기 위해 나도 미친 듯이 뛰어야 했다. 하지만 양갈래 길이 나오자 길을 모르는 승객들은 이내 걸음을 멈추고 다급하게 나를 뒤돌아보았다.
-다음 편에 계속-